개선과제 이행한 신라젠, 최대주주도 나선다…'거래재개' 무게 실리나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10.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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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개선계획 이행내역 제출 이후 엠투엔 및 관계사 자금조달계획 수립 및 입장 표명
'파이프라인 조기 기술수출' 계획 보완할 안정적 자금 기반 확보
12일 코스닥 시장위 상장폐지 여부 결정…2020년 5월 거래정지 이후 약 2년5개월만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월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022.2.8/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월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022.2.8/뉴스1


상장 유지와 폐지 기로에 놓인 신라젠 (5,160원 ▲10 +0.19%)이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개선과제를 모두 이행한데 이어 추가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적 자금조달이 파이프라인 개발 연속성과 직결되는 만큼, 2년5개월을 기다린 거래재개를 위한 기업의 연속성 측면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머니투데이 취재 및 회사 측 확인 결과, 신라젠은 지난달 8일 개선과제 이행 내역을 제출한 이후 최대주주인 엠투엔 (3,010원 0.00%)과 관계사들이 참여하는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해 관련 입장을 거래소에 표명했다. 서홍민 엠투엔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앞서 거래소로부터 받은 개선 과제인 △최고의학책임자(CMO) 확보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신규 파이프 도입을 위한 기술위원회 설치 △외부기관 추천 사외이사 충원 등을 이행했다. 이어 20일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을 승인받은 항암제 파이프라인 'BAL0891'을 도입했다.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신라젠은 거래소가 부여한 모든 과제를 완수했다.



신라젠은 개선과제 이행뿐만 아니라 향후 자금조달 계획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측에서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은 현재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기술수출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항암바이러스 기술수출 중 상당수가 개발 초기단계에 성사된 만큼, 충분히 가능성 있는 계획이라고 생각한다"며 "올 상반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00억원으로 보유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는 데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대주주 엠투엔을 주축으로 관계사 및 외부 투자자로부터 지원계획도 수립해 밝혔다. 조기 기술수출 지연이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최대주주 및 관계사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1차 자금조달 방안인 보유 파이프라인 조기 기술수출이 다소 지연돼도, 안정적 자금확보가 가능해졌다. 일찌감치 안전장치를 확보해 신라젠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엠투엔과 관계사들이 신라젠 지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서홍민 엠투엔 회장의 바이오산업 육성의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그룹 주요 사업의 한 축으로 바이오를 낙점해 본격적인 진출을 직접 이끈 인물이다. 이를 위해 신라젠을 인수하고 약 1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신라젠은 해당 자금을 기반으로 기존 '펙사벡'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SJ-600', 'BAL0891'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엠투엔은 미국 바이오 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GFB)에 투자해 세계 최고 권위의 암센터로 꼽히는 MD앤더슨에서 난소암치료제 'GRN-300'의 임상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GFB는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신규 항암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투엔과 관계사의 환경 역시 신라젠 지원계획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서홍민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의 처남으로 엠투엔을 범 한화가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엠투엔 관계사인 리드코프는 제3금융권 특성상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리드코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82억원으로, 지난해 149억원 대비 89.3% 가량 늘었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에서 선두권 경쟁을 벌여온 일본계 기업들이 사업의 축소 또는 동결을 추진하면서, 현금유동성 확대가 원활해 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이 기업의 연속성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계획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면 한국거래소나 시장위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회사가 지속 가능한 기업임을 입증한다는 의미이기에 안정적인 투자 가능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이전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올해 1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를 의결했으나, 2심격인 시장위원회에서 6개월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은 지난 8월 종료됐으며, 오는 12일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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