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을 재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열분해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곳을 건립하는 것은 글로벌 최초 시도다.
60년 전 고래잡이하던 작은 장생포 어촌 마을이 한국 석유화학 제품 수출기지이자 단일 공장 원유정제 생산능력 세계 3위 시설로 탈바꿈했듯, 이 곳에서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SK지오센트릭)의 꿈이 태동한다.
이후 공장은 꾸준히 늘어 현재 울산CLX는 석유·기유제품 생산시설 13개, 화학제품 생산시설 11개를 갖췄다. 여의도 3배 면적인 약 250만평 규모 부지에 원유, 용수, 스팀, 석유-화학제품이 오가는 파이프라인 길이만 60만km에 달한다. 이는 지구~달까지 거리(40만km)의 1.5배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3월 이곳을 찾아 '에너지 심장'에 빗댔듯 단지 내 저마다 굵기가 달라 정교하게 얼키고 설킨 파이프라인은 그야말로 동맥과 혈관을 연상시켰다. 당시 최 회장은 "에너지 산업 구조는 석유에서 탈탄소 형태로 바뀌겠지만 석유 중심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울산 CLX는 계속해서 에너지 심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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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세 배 부지 내 시설이 200명 보드맨 손에···로봇개도 투입···스마트화로 진화중인 울산CLX
1985년에는 전세계적으로 대부분 정유업체들이 연구소를 보유하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유공연구소(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 배터리-수소를 아우르는 종합에너지 기업 비전을 구상하는 한편 기술개발 및 사업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역할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외에도 무자원 산유국 실현, 폴리에스테르 첨단신기술 제품 독자개발, 세계 최초 그룹3 윤활기유 개발 등 성과를 냈다.
그동안 외형 성장도 눈부셨다. 대한석유공사 초창기와 비교해 자산규모는 34억원(1963년)에서 49조5574억원(2021년), 매출 규모는 55억5000만원(1964년)에서 46조8429억원(2021년), 수출액은 8만1000달러(1964년·현재 환율 적용시 1억1607만원)에서 31조8079억원(2021년)으로 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만 67.9%에 달한다. 석유 한 방울 안나던 나라에서 하루 8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제품을 90여개국으로 수출중이다.
울산CLX가 60년 된 시설이라곤 하나 곳곳에서 첨단·자동화가 한창 시도되고 있었다.
지구에서 달 까지 가고도 남을 총 길이의 관을 지나는 물질을 관장하는 곳은 단지 내에 약 20여 곳 포진해 있는 '조정실'이다. 조정실 내 비치된 수 십 개 모니터가 조정실 관할 공장 곳곳을 비출 뿐만 아니라 관의 온도, 압력, 유량 등은 물론 탄소배출량까지도 24시간 동안 실시간 띄운다.
조정실 내 버튼을 조작해 현장 조정이 가능하고 이상이 감지돼 경보가 뜨면 이 곳에서 제어가 가능하다. 조정·제어하는 인력인 '보드맨'들은 공장에 총 200여 명 근무중인데 4조2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정동윤 SK에너지 No.1 FCC(중질유분해시설) 생산2 PL은 "보드맨들은 모두 현장 경험을 포함한 경력이 25년 이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꿰고 있어야만 이상이 감지됐을 때 바로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에는 이상 상황 감지를 위한 로봇개도 현장에 시험 투입중이다. 정 PL은 "로봇개는 CCTV 촬영이 불가능한 사각지대에도 접근이 가능하다"며 "테스트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향후 얼마나 투입해 어떻게 활용할지는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울산CLX는 SK이노베이션 꿈의 출발점이자 현재진행형인 혁신의 실현장인 셈이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8월 말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울산CLX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비전을 수립함에 따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 동력으로 역할을 했다"며 "울산CLX는 다양한 사업을 가능케 하는 변형적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SK 울산CLX 조정실/사진=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