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춤 틈타 새판 짠다…세계 경제 '혈관' 놓는 이곳의 큰 그림

머니투데이 동나이(베트남)=오진영 기자 2022.10.1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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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선 동남아 전진기지를 가다]②

편집자주 인구 1억의 베트남은 한류국가다. 편의점에는 한국 음식이 즐비하고, 길거리는 한국 화장품과 노래로 가득 차 있으며 TV는 24시간 한국 채널이 방영된다. 그러나 베트남 경제를 움직이는 전선이 한국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전선 시장뿐만 아니라 북미·유럽·남미 시장까지 수출을 늘리면서 지난해 역대 최다 매출 신기록을 썼다. 태양광·친환경 바람을 타고 동남아 하늘을 고공비행 중인 LS전선아시아 법인을 들여다본다.

LS전선아시아 베트남 호찌민 LSCV 전경. / 사진 = LS전선아시아 제공LS전선아시아 베트남 호찌민 LSCV 전경. / 사진 = LS전선아시아 제공


최근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증하고, 미·중 갈등으로 중국산 전력회사가 주춤하면서 LS전선아시아의 실적 신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흥 성장국의 전력 수요는 물론 북미 시장의 초고속통신망 구축과 연계해 고부가제품 위주로 새판을 짜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베트남을 넘어 세계 경제의 혈관 역할을 꿈꾸는 베트남 NO.1 케이블 메이커 LS전선아시아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봤다.



26년만에 매출 1조원대 넘보는 LS전선아시아, 미래 계획은 신재생에너지 공략
/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
LS전선은 1996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20㎞ 떨어진 하이퐁에 전력케이블 생산법인인 LS-VINA를 설립했다. 전력 불모지로 여겨졌던 땅이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을 믿고 의욕적인 투자를 벌였다. 10년 후에는 베트남이 1000㎞가 넘는 긴 국가인 것을 감안해 남부 호치민에 통신케이블을 주력으로 하는 LSCV를 세웠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2015년 지주사 형태로 설립된 것이 LS전선아시아다.



이제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만 6만 8000여평의 부지와 1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형 기업이 됐다. 2018년 설비투자를 통해 중압(MV)케이블과 케이블의 대체재인 부스덕트 등 사업 영역을 확대했으며, 미얀마에도 LSGM 생산법인과 공장을 세우고 매년 100억여원씩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쿠데타로 다소 성장세가 주춤했으나 시장이 안정되면 미얀마 1위 생산업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LS전선아시아는 차후 부스덕트 생산을 늘리기 위해 2025년까지 LSCV 현지 법인 내 새 공장을 증축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LSCV 호치민 공장에서는 부지 내부에 새 동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LSGM이 있는 미얀마와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전력·통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지역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여기에 힘입어 LS전선아시아의 매출도 2020년 5800억원에서 2021년 7500억원대로 올랐으며, 업계는 올해 매출이 8700억원까지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선의 지중화(전력 케이블을 땅 밑에 매설하는 것)와 도시화 추진으로 전력량이 확대되고 있는 베트남 시장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10명도 안 되는 소수 직원이 베트남 현지에서 동분서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LS전선이 만들고 LS전선아시아에서 꽃피운 국산 기술, 동남아 시장 홀리다
/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
전선 기업은 많지만 모든 기업이 LS전선아시아처럼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높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현지와 신뢰 관계를 쌓고, 긍정적인 브랜드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 LS전선아시아는 카디비나 스타크 등 저압 케이블을 생산하는 현지 업체와 달리 베트남 내에서 저압~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전선회사다.

업계도 LS전선아시아의 가장 큰 강점으로 '기술'과 '전문성'을 꼽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의 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 중 하나인 UTP의 경우 97년도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하면서 갖춰진 노하우와 자신감을 토대로 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16년 LS전선아시아의 상장 이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다.

세계 UTP 케이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하면서 가장 먼저 LS전선과 LS전선아시아를 택한 것도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그간 미국 시장을 점유했던 대형 중국 전선 기업들과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큰 규모와 기술력, 신뢰도를 두루 갖춘 LS전선아시아가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을 갖춘 특수한 케이블이 주 수요임에도 이미 모든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LS전선아시아의 성공에는 모기업인 LS전선의 탄탄한 뒷받침이 있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등 전기·전력 분야 국내 1위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최근 해저 광케이블시공과 관련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KT서브마린에 과감하게 지분을 투자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프로젝트 수주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자회사들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 필두에 30년 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LS전선아시아가 있다"라며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LS전선아시아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기술력과 평판을 모두 갖춘 자회사의 성공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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