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대 적' 국면에 '고성·막말·파행' 국감…여야 '남탓' 돌입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22.10.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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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춘숙 국회 복지위 위원장이 이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정춘숙 국회 복지위 위원장이 이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주요 부처에 대한 첫 번째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여야가 고성과 막말은 물론 파행까지 불사하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인데다가 여야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강 대 강'을 넘어 '적 대 적' 국면이 강화된다. 민생 국감은 끝났다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좀 가만히 계세요" vs "너나 가만히 계세요"
이달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막말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한 어린이집에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기)의 뜻을 물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정쟁의 신호탄을 쐈고 국민의힘은 "지엽적으로 침소봉대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고성을 이어가던 중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한테 얘기한다.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하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회의는 정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법사위, 한밤 중에도 '파행'…"꿈속 헤맨다" vs "말씀 가려 해라"
한밤 중 파행을 겪는 상임위도 있다. 여야는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둘러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정회 후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같은날 밤 11시33분쯤 감사 종료를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정치 공세용으로 이용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고 했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도읍 위원장이 종일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며 "의원들에 대해 질의하는 내용을 다 평가하고 교장 선생님처럼 가치 판단 부여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말씀 가려 해라. 방금 말 취소하라"고 했다.

"차라리 혀 깨물고…선택적 환청 끝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하나"라고 말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시민사회수석을 거친 김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국회 속기록과 함께 "민주당의 '선택적 환청'은 끝이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권 의원은 "김 이사장한테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한 적이 없다"며 "김 이사장처럼 정치인이 신념을 버리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연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를 경청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를 경청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남탓' 돌입…"민주당 정쟁, 민생 실종" vs "정부·여당, 민생 외면"

정치권에서 우려가 현실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을 앞두고 여당은 '전 정부', 야당은 '현 정부'에 대한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각종 논란에 여야가 끝장 승부를 벌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역시 속도를 내면서 적 대 적 구도가 강화된다.

남은 국감 역시 정쟁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정쟁을 상대 탓으로 돌리는 데 화력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민생과 정책 질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쟁 이슈에 가려 국민 시선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지난 한 주간 국감에서 민주당의 정쟁으로 민생은 실종됐다. 이재명 대표 지키고 김정숙 여사 옹호하고 알박기 피감기관장을 방어하는 '지옹박 국감'"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제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국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감사 첫 주 정부와 여당은 민생은 외면하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정쟁으로 가림막 치기에 바빴다"며 "모든 것이 소란과 정쟁으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충정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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