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금'에 강남 클럽 기습…"마약 찾아라" 쓰레기까지 뒤졌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김진석 기자, 최지은 기자 2022.10.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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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클럽이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8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클럽이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7일 밤 10시. 서울 강남역 인근 클럽이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밀폐된 지하에서 저마다 담배를 문 탓에 공기가 탁했다. 술을 마시고 상기된 표정의 남녀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오랜 시간 서 있는데도 누구 하나 힘든 기색이 없었다.

이곳은 여러 차례 마약 관련 112 신고가 들어온 클럽이었다.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클럽으로 향하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자 빠른 리듬의 음악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벽면으로 늘어선 물품 보관함을 지나자 사람으로 빼곡한 내부가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일 밤 10시부터 8일 오전 12시40분까지 시청, 구청, 소방과 함께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클럽 4곳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관내 클럽에서 마약 거래나 불법 촬영, 불법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난 7일 밤 10시3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가 시청, 구청, 소방과 함께 단속을 하기 위해 클럽 내부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지난 7일 밤 10시3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가 시청, 구청, 소방과 함께 단속을 하기 위해 클럽 내부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이날 경찰은 구청, 소방 등 51명의 인원을 동원해 마약 관련 첩보와 112 신고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단속에 나섰다. 클럽에서 마약 던지기 장소로 의심되는 물품 보관함 등을 살펴보고 배출 쓰레기를 확인했다. 또 화장실에 불법 촬영 기기가 설치되지 않았는지 점검했다. 확인을 마친 곳엔 불법 촬영 금지 스티커가 붙었다.



소방과 구청은 클럽 내에서 위생과 안전조치가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비상구에 물품을 적재하는 등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은 클럽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단속에 나선 경찰 관계자는 "3개월 전부터 관내 클럽에서 마약 거래 신고가 몇 번 들어왔다"며 "대형클럽에 해당하는 네 곳을 단속 대상으로 정했다"고 했다.

이날 경찰의 단속 실적은 0건이었다. 마약 유통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은 암암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단속은) 선제적으로 예방 차원에서 하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경찰은 새벽 시간에도 기습 점검을 했지만 마약이나 불법 촬영 기기를 찾지 못했다.

지난 7일 밤 1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클럽이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 /영상제공=서울 서초경찰서지난 7일 밤 1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클럽이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 /영상제공=서울 서초경찰서
클럽은 경찰 단속이 끝난 뒤에도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내부는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빼곡했다. 귀가 멍할 정도로 음악 소리가 큰 탓에 사람들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고 술잔을 부딪쳤다. 어두운 조명이 비추는 바닥에는 침, 술, 휴지, 음료, 과일 조각이 나뒹굴었다.


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불과 1시간 전에 이뤄진 경찰 단속 사실을 잊은 듯했다. 클럽 가드 김이온씨(가명·29)는 "여기는 클린(깨끗)한 편"이라며 "그래도 다른 지역 클럽에는 뭐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손님으로 온 박찬민씨(가명·34)는 "경찰이 단속하러 왔다가 금방 나갔다고 들었다"며 "뭔가가 있으니까 조사하지 않았을까"라며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클럽에서 대외적으로 적발된 불법 행위가 없더라도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클럽에 갔다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긴 경우"라면서도 "간혹 마약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주는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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