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
국민의례 때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다. 원래는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였다가, 1974년 이후에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했다. 그러다 2007년 현행 맹세문으로 바뀌었는데 '자유'라는 말이 새로 들어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를 자주 언급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자유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곳곳에서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나 미국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역사 속에서 자유가 어떤 개념이고 미국인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건강한 토론에도 보탬이 될 듯하다.
김 교수는 한국이 지금 자유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틀림없지만 둘 중에서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며 "자유가 전제된 민주주의는 건강하다. 우리가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대학교에서 미국인들에게 미국사를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로도 알려졌다. <오늘의 미국을 만든 미국사>, <카우보들의 외교사> 등 저작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미국사를 흥미롭게 소개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 주요 도시들의 역사를 정리한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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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김 교수에게 미국이 어떻게 자유를 그들의 전통으로 굳히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김봉중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
- 타인이나 외부에 구속당하지 않고 자신의 결정대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자유는 개인의 행복과 국가 번영의 조건이자 현대사회가 지향해야 할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선 자유의 현대적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의 행복'과 '국가 번영의 조건'은 언뜻 일맥상통하는 것 같지만 서로 대치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역사 속에서는 '국가의 번영의 조건'으로서의 자유가 '개인의 행복의 조건'으로서의 자유를 우선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는 자칫 국가의 번영이란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통치행위를 합리화시킬 위험을 갖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죠. 미국은 전반적으로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자 했습니다. 국가 이전에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려는 것이었죠.
'현대사회가 지향해야 할 덕목'으로서의 자유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개인의 행복을 전제한 국가 번영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퇴행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색과 도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자유는 인류의 근원적 존재양식이지만 그 의미는 역사 속에서 가변적·유동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선 자유의 의미가 인류사에서 어떤 진전 또는 변화 과정을 거쳐왔다고 보십니까?
▶'근원적 존재양식'으로서의 자유는 '프리덤'(freedom)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인류역사는 단순하게 정리하면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노예반란이나, 근대유럽의 계급 타파 혁명이나, 현대의 독재에 대한 저항이나 그 맥락은 같습니다.
하지만 '가변적·유동적'인 자유는 '리버티'(liberty)에 더 치우친 경향입니다. 리버티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고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 리버티와 경제적 리버티가 다르게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역적 갈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자유에 대한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해석으로 말미암아 남북전쟁의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인류역사는 프리덤과 리버티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미국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 개인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인의 자유가 무한히 신장된다면 타인의 자유와 충돌이 불가피하고, '개인의 삶'과 '인간의 공동의 삶'의 긴장관계로 인해 자유의 가치가 공동체나 사회, 민주주의와도 갈등할 수 있다는 오랜 논쟁이 있는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교수님께선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등가관계로 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둘 중에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하는가? 자유를 제치고 민주주의가 우선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개인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유와 민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자유에 치우쳐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의 또 다른 축인 평등과의 충돌을 야기합니다.
자유를 제치고 민주주의가 우선되면 곤란합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히틀러가 민주주의 제도의 산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독립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떤 제도를 구축하는 것에 우선하다보니 개인의 자유를 등한시했죠. 이에 따른 시행착오와 아픔이 컸죠.
사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낳은 공포정치와 그 이후의 노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큰 변고 없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으로 평가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워싱턴=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가 열려 링컨 기념관, 워싱턴 모뉴먼트, 미 의사당 건물 위로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 2022.07.05.
▶미국사에서 자유의 개념과 가치가 어떻게 발전, 변화했는가를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컨대 건국 초기 자유의 개념과 20세기 초 '혁신주의' 시대의 자유, 그리고 뉴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자유의 개념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적 변화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미국은 서로 다른 자유의 의미와 적용 때문에 혼란과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도덕적·윤리적 문제로 자유를 보는 시각차 때문에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적용, 그리고 그에 따른 혼란을 겪으면서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왔습니다. 자유는 정지되고 완성된 개념이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인 개념입니다.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자주 언급해서인지 우리 사회에서 자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나 미국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역사 속에서 자유가 어떤 개념이고 미국인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선 미국 역사에서 주창하는 자유가 근본적으로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미국의 시작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으려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미국 역사 초기부터 미국인들이 인식했던 자유의 근본은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려는 자유였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 근본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유의 근본은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 독립선언문과 미국 헌법의 핵심 가치인 '리버티'입니다. 만약 이러한 근본적인 목적이 간과된다면 자유는 독이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사실 우리는 리버티나 프리덤을 자유라는 동일한 단어로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두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나요? 미국에선 두 의미가 어떠한 방식으로 혼재하고 있습니까?
▶현재 미국인들은 리버티와 프리덤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합니다만 건국 초기에는 리버티에 대한 개념이 강했습니다. 모국 영국의 부당한 식민통치에 반발해서 리버티를 외친 것이죠. 버지니아 독립투사였던 패트릭 헨리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친 것은 개인적 자유보다는 각 식민지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었죠.
토마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서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적시했는데, 여기서도 자유는 근본적으로 패트릭 헨리의 리버티와 같습니다. 다만 좀 더 포괄적인 천부인권론에 근거한 자유를 지향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개개인의 프리덤을 간과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헌법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10개의 수정헌법입니다. 수정헌법 1조의 종교, 언론, 집회의 자유 등이 이를 잘 대변합니다.
개인의 프리덤에 대한 보장도 매우 중요한 자유의 개념이죠. 이렇듯 미국은 역사 속에서 리버티와 프리덤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혼재했던 것이었죠.
- 미국에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자유의 의미를 꽤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런 차이는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지요, 아니면 다양성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도 있는지요?
▶미국 역사에서 보수와 진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에 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금의 정치, 경제, 사회, 도덕적 가치관으로 나눠지면서 자유의 의미가 다르게 굳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다양화된 시대적 흐름에서 어느 특정한 가치가 절대적인 미국적 가치로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자유가 특정한 그룹의 절대적인 '미국적 가치'로 굳어질 때 미국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미국은 정치, 경제, 도덕, 윤리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서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각을 세운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자유를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것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죠. 어떤 사람은 경제적인 면에서 '큰 정부'를 비판합니다. 즉, 정부의 과도한 조세정책이나 경제행위에 대한 간섭에 부정적이라는 것이죠. 총기소유 규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낙태와 동성연애와 같은 윤리적인 부분에서는 정부의 무간섭·비간섭에 불만입니다. 이렇듯 사안에 따라 자유를 달리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보수와 진보의 가름이 심화돼 이전보다 사안들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희미해지기는 합니다. 미국 민주주의 흐름에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치적인 부분에 국한되는 일이지만, 최근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총기규제에 찬성함으로써 약 30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론이 사안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내세우는 것과 정당이나 권력 내에서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 혹은 '의로운 배신자'들이 상존하는 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을 하며 경찰과 충돌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 미국이 주창하는 자유도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최근엔 트럼피즘에 의해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미국은 지금 선거를 통한 민의에 대한 반응성, 견제와 균형, 법적 지배, 개인 존엄 등에서 자유주의가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떠한 사상이나 인물에 대해 극단적인 추종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역사에서 그렇게 예외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즘의 등장이죠.
미국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 현상의 공통적인 배경은 대체로 특정 대중의 심리적 상태입니다. 트럼피즘은 미국의 중년 백인남성의 분노와 상실감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즘의 등장 자체가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자유 생태계에서 꼭 부정적인 면만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강력한 태풍이 해양 생태계를 정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트럼프를 통해서 미국인들이 자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죠. 이런 계기를 통해 삼권분립,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과 같이 미국의 전통적이고 건강한 자유를 지켜내는 방파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 프랑스 역시 역사적으로 미국 못지 않게 자유를 주창한 나라입니다. 프랑스혁명의 핵심 가치 역시 자유였는데요. 역사적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자유는 각각 어떤 특성과 차이가 있습니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지 10여년 뒤에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죠. 미국 독립혁명처럼 핵심은 자유였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혁명이 광기로 치달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 미명 아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결국 나폴레옹이 등장했고, 공화정은 무너지고, 왕정이 부활했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근대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정착하기까지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혁명은 기존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체제에서 자유의 가치를 보장받으려는 시도였습니다. 구제도 청산이 아니라 자유가 우선이었습니다. 반면 프랑스의 혁명은 '앙시앵 레짐'(舊제도)를 청산하고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자유가 우선이냐, 제도가 우선이냐의 문제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독립 과정에서 미국 모델이 아닌 프랑스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자유가 우선이 아니라 국가와 제도적 독립만을 추구했던 것이죠.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에 근거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와 제도의 독립만을 추구했던, 그 선택의 결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최근에는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주의 진영의 결속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근본적인 자유의 확대를 주창하며 이같은 자유주의 결속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울러 이런 미국의 요구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어떤 특정한 사상적 공감대에 근거한 연대가 강조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혼란한 상황이라는 방증입니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국가 내의 상황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서 국가 간에 어떤 이념적 공감대에 근거한 연대를 지향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해당 국민들 간에 그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가치에 대한 통치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에 종속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자유'를 거듭 반복하면서 자유주의 연대를 강조하는데,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자유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합니다.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에 대해선 모두들 민감한데, 이 문제에 대해선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아서 걱정이 됩니다.
이슈와 정책들은 한시적이고 지엽적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사상적 토대는 시대를 초월해 견고해야 합니다. 그 견고함을 더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자유주의 동맹을 요구하든지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합니다.
- 어떤 나라가 어떤 가치에 입각해서 그들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미국은 자유라는 가치를 서슴없이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미국은 어떻게 자유를 그들의 전통으로 굳히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자부심은 반복적인 되새김으로 다져집니다.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강조했고, 미국 헌법에서 재확인했던 자유의 정신은 미국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됩니다.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의 핵심은 그 자유를 되새김한 것입니다. 윌슨의 자유가 그랬고, 케네디의 자유가 그랬으며, 레이건이 그랬고, 오바마가 그랬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사와 퇴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자유입니다. 과거 정권과 과거사의 부정적인 것보다는 시대와 정파를 초월해서 자유의 전통과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겼던 것입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제7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 앞에서 공연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8.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둘 중에서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자유가 전제된 민주주의는 건강합니다. 우리가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나 어떠한 제도보다도 말입니다. 자유가 확고하게 정립될 때 바람직한 제도는 뒤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자유'는 없이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겠다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우리의 민주주의에 얼마나 아픔을 주었는지를 체험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국기에 대한 맹세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국기에 대한 맹세를 우리 일상 속에서 그렇게 암송하고 되새기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교수님께선 최근 글에서 한국이 자유든 어떤 다른 가치이든 중심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중심가치를 지녀야 하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이며, 교수님께선 우리 사회가 어떤 중심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은 자유라는 가치와 기치 아래 정체성을 구축해 왔습니다. 저는 우리도 미국처럼 그 가치가 꼭 자유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심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통일한국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받들 수 있는 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그 가치가 국기에 대한 맹세에 등장하는 '자유'와 '정의'이어야 한다면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과 성찰이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 국내 대표적인 미국사학자이신 교수님께선 저작과 방송 등을 통해 미국사 관련 연구를 대중들에게 소개해 오셨고, 최근에는 '카우보이들의미국사'를 연재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미국사 연구를 통해 한국사회에 전하고자 하시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를 비춰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거울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미국은 우리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에 그 거울에 우리를 비춰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 연구의 대부분은 미국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출판된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역시 30개 도시를 통해서 미국의 다양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그 다양성 속에서 미국 전체를 관통하는 미국적 가치와 정체성을 추적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미국이라는 거울에 우리를 들여다 보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거울로서 미국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