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휘 /사진=변휘](https://thumb.mt.co.kr/06/2022/10/2022100615042756100_1.jpg/dims/optimize/)
지금은 어떨까. 망 중립성 원칙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미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ISP를 압도하는 글로벌 공룡 사업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로벌 CP가 갑이다. 만일 SK브로드밴드가 유튜브를 차단한다면? 가입자들은 모두 KT와 LG유플러스로 갈아탈 게 뻔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의 대중화로 트래픽이 그야말로 폭증세다. ISP의 인프라 투자 비용도 덩달아 치솟는다. 최근 3년간 국내 통신사들은 연 평균 8조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었다. ISP가 글로벌 CP를 향해 더는 망 중립성에 기대지 말고 망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사업자 간 원활한 협의는 물건너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과거 ISP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CP가 우월적이다. (사업자 간)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시장 실패의 상황"이라 진단했다. '망 사용료 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그래서 등장했다. 통신3사 입장만 반영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글로벌CP만 배 불리는 현실도 온당치 않다.
이미 벌어진 시장 실패의 해결은 정치의 몫이다. 더는 공정하지 않은 망 중립성 원칙을 버리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부정적 온라인 여론에 여야 모두 주저한다. 여당은 "야당이 추진하던 것"이라 말하고 야당은 "여당의 입장은 어떤가"라고 되묻는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7개 법안은 그대로인데, 이제와서 표정을 바꾼다. 이젠 정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