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식시장에 '남자의 주식'이 등장했다. 1년 반 동안 주가가 13배 뛰면서 투자자들은 한국판 테슬라로 이 주식을 불렀다. 바로 옛 현대상선이었던 HMM (14,950원 ▲40 +0.27%)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2020년부터 컨테이너 시황이 개선되며 2020년 9809억원, 2021년 7조3775억원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급등으로 주가도 수직상승했다. 2020년 초 3700원 선이었던 주가가 2021년 5월28일 5만1100원까지 뛴 것.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해상 물동량 감소, 운임비 하락 부담으로 주가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 6월 초 3만85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지금까지 약 40.52% 하락했다.
컨테이너 등 해상 물동량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6월말 4203포인트(p)를 기록했지만 9월말 2072p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절반 정도로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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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FI가 하락했다는 건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이 줄고 있다는 걸 뜻한다. 컨테이너선이 전체 매출의 94%(상반기 기준)를 차지하는 HMM의 실적도 SCFI의 하락 추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HMM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2조5500억원이나 실제 3분기 영업이익이 이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아울러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SCFI 하락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 4분기 SCFI는 1000p까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내년까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물동량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인도 예정 선복이 많아 컨테이너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15.1% 하락한 1조9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며 "운임 지수 하락과 물동량 감소로 컨테이너 부문 매출액이 전년 보다 4.8% 감소한 3조6000억원에 그치는 부분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HMM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HMM에 대한 목표주가를 2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유지'로 제시했다. 시장수익률 유지는 '매수'가 아닌 '보유 혹은 중립'을 뜻한다.
양 연구원은 "올해 말 HMM의 현금 보유액 추정치는 14조원인데 최근 시가총액 약 9조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면서도 "컨테이너 운임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사진=김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