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우리 자리 뺏는다"…간호조무사부터 방사선사까지 손잡았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10.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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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 제공) (서울=뉴스1)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 제공)


간호조무사와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계 직군이 간호사법 저지를 위해 손을 잡았다. 지금도 간호사가 이들의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데,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이 같은 업무 침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 직군은 의사 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간호법을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계의 직역간 갈등 전선이 간호사 대 나머지 대부분 직군으로 그어진 양상이다.

6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간호법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4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간호법 저지를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간호법 저지에 동참한 13개 단체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다.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건의료계 직종이 간호법 저지에 나선 셈이다.

이들 보건의료 직군이 국회 앞 릴레이 시위에 나선 까닭은 국정감사 시점에 맞춰 국회와 여론의 관심을 모아 간호법 저지 목소리를 보다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간호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4개월째 계류중이다.



이들 직군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까닭은 지금도 일부 벌어지는 간호사의 업무영역 침해가 간호법이 통과되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간호조무사와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간호법이 없는 지금도 간호사들이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업무를 침해하고 있고 전문간호사의 업무에 포함 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119 구급대의 간호사 업무를 확대해 응급구조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법 개정 시도가 진행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초음파 검사와 X-선 사용 검사는 방사선사의 고유 업무이며△생리기능검사는 임상병리사의 고유 업무이고△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업무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업무인데 지금도 간호사들이 '진료 보조'를 명목으로 일부 이 업무를 하고있거나 간호사 업무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간호법 관련 갈등의 핵심 원인은 된 부분은 '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간호법에는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 인정 기준과 업무 범위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도, 숙련 인력 확보△간호사가 적정한 노동 시간 확보와 일·가정 양립지원 및 근무환경과 처우의 개선 등을 요구할 권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규정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설립할 근거 등이 담겨있다. 이 간호법이 통과되면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법 개정 등을 통해 추가 조항이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상당수 보건의료 직종들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간호사들도 맞불을 놨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일 수요집회를 열고 간호법의 법제사법위원회 즉각 상정을 촉구했다. 수요집회는 국회 정문 앞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빌딩, 금산 빌딩, 국민의힘 당사 앞 등 4곳에서 이뤄졌다. 간호사, 간호대학생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간호법이 정쟁 탓에 4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라고 비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복지위에서 여야 모두 합의해 통과시킨 간호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날로부터 136일이 지난 지금까지 상정조차 않고 있다"면서 "간호법은 여야 대선후보의 공통공약이었던 만큼 법제사법위원회는 명분 없는 법안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간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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