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의 바이오투자 담당 임원은 "바이오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닥에서 투자할 경우 기업이 회생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지금이 바이오기업 투자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다들 어렵다고 생각할 때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투자금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신약개발을 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바이오산업의 모델이다. 기관투자자들도 바이오기업 투자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투자를 다시 하겠다는 기관투자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은 리턴보단 리스크를 더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년간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자금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연구개발이나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없다. 자금이 부족해 연구성과가 나지 않아 투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커졌단 의미다.
이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때 높아진 시장의 기대에 비해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낮아서 나타난 현상이다. 바이오기업 밸류이에이션(가치평가)의 바로미터인 상장사들의 주가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나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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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웬만한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70~80% 하락한 바이오기업도 수두룩하다.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다. 팔자니 손실이 크고, 들고 있자니 추가하락이 두렵다. 코로나19상황에서 증시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고점대비 80% 가까이 하락했다. 최고가 36만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8만원 전후다. 시가총액은 27조원에서 6조원으로 쪼그라들면서 21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어쩌면 가장 상실감이 큰 이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일지도 모르겠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6만5000원. SK바이오사이언스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조합원은 600여명이었다. 평균 1인당 약 7484주, 공모가 기준 4억8646만원 가량이었다. 고점에 팔았다면 2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주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은 1억원이 조금 넘는다. 현 상황에서 우리사주 대박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급등하던 시절 일부 직원은 주식을 팔기위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은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의 미래를 믿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언젠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상업적인 부분을 넘어서 우리 백신주권의 보루로도 여겨진다.
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은 실적보단 성장성에 맞춰져 있다. 미래의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다면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우리사주 대박이란 꿈이 한순간의 짧은 꿈으로 끝나지 않는 길은 그들이 회사를 신약개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법 밖엔 없다. 물론 다른 바이오기업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