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바이오 투자절벽과 일장춘몽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10.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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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개월 동안은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슬슬 바이오기업 투자에 나설 생각입니다."

A증권사의 바이오투자 담당 임원은 "바이오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닥에서 투자할 경우 기업이 회생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지금이 바이오기업 투자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다들 어렵다고 생각할 때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속절없이 하락하던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최근엔 횡보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 바닥을 다지는 것인지, 추가 하락 전 나타나는 횡보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기관투자가들의 바이오기업 투자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상장 바이오벤처도 신약관련 기술만 있으면 돈이 저절로 모여들었지만, 이제는 투자를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한다.

투자금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신약개발을 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바이오산업의 모델이다. 기관투자자들도 바이오기업 투자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투자를 다시 하겠다는 기관투자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은 리턴보단 리스크를 더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오투자 절벽은 바이오산업의 숨통을 죄고 있다.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일부 바이오벤처 중에선 연구장비를 내다팔고, 연구인력을 줄여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체 생산물 없이 연구개발만 진행하는 사업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고육지책이다. 미래의 꿈만 바라보기엔 발 아래 닥친 현실이 너무도 차갑다.

신약개발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년간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자금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연구개발이나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없다. 자금이 부족해 연구성과가 나지 않아 투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커졌단 의미다.

이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때 높아진 시장의 기대에 비해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낮아서 나타난 현상이다. 바이오기업 밸류이에이션(가치평가)의 바로미터인 상장사들의 주가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나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웬만한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70~80% 하락한 바이오기업도 수두룩하다.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다. 팔자니 손실이 크고, 들고 있자니 추가하락이 두렵다. 코로나19상황에서 증시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고점대비 80% 가까이 하락했다. 최고가 36만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8만원 전후다. 시가총액은 27조원에서 6조원으로 쪼그라들면서 21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어쩌면 가장 상실감이 큰 이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일지도 모르겠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6만5000원. SK바이오사이언스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조합원은 600여명이었다. 평균 1인당 약 7484주, 공모가 기준 4억8646만원 가량이었다. 고점에 팔았다면 2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주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은 1억원이 조금 넘는다. 현 상황에서 우리사주 대박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급등하던 시절 일부 직원은 주식을 팔기위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은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의 미래를 믿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언젠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상업적인 부분을 넘어서 우리 백신주권의 보루로도 여겨진다.

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은 실적보단 성장성에 맞춰져 있다. 미래의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다면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우리사주 대박이란 꿈이 한순간의 짧은 꿈으로 끝나지 않는 길은 그들이 회사를 신약개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법 밖엔 없다. 물론 다른 바이오기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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