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놈될'···기업들, 위기에도 앞다퉈 투자하는 이 사업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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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기업들, 위기에도 앞다퉈 투자하는 이 사업


거시환경 불확실성 탓에 일부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철회한 반면 배터리 관련 투자는 계획대로 이행중이다. 반도체 시황마저 꺾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기업들로선 그나마도 배터리, 배터리 소재가 확실한 투자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은 미국 배터리 소재 법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이하 LBM)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LBM은 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로 롯데케미칼의 이번 유상증자 참여 규모는 2750억원이다.
회사 측은 투자 목적에 대해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일진머티리얼즈 주식회사의 지분 인수 등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라며 "해당 사업의 인수 건은 현재 추진 과정에 있는 사안으로 확정된 바는 없으며 추후 확정시 관련 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동박기업 일진머터리얼즈 인수에 가까웠다는 시장 평가들이 나왔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화학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터리를 포함한 신사업엔 베팅을 이어가는 중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3고(高)'라 불리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유례없는 경영 불확실성에 최근 주요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거둬들이는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다.



일례로 지난달 말 HD현대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의 CDU(상압증류공정) 및 VDU(감압증류공정) 신설 투자 계획을 중단했다. 총 3600억원 규모다. HD현대는 "시황 급변에 따른 투자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한화솔루션도 1600억원 규모 질산 유도품(DNT) 시설 신규투자 건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물가 상승으로 투자비가 급증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등 원자재 수급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배터리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이나 배터리 산업이 지금 투자한다고 해서 6개월, 1년 안에 가시적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전기차 시장은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음이 확실하고 현재 시황이 어렵다곤 하나 호황기가 왔을 때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9월 들어 롯데케미칼 외에도 배터리 사업 관련 투자 계획은 꾸준히 발표됐다.


SKC는 자회사 SKCFT홀딩스가 진행하는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950억원을 출자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SKC는 지난 5월 중간지주사로 전환했으며 SKCFT홀딩스가 중간지주사로서 동박 제조기업 SK넥실리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회사 측은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소재 해외 종속회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의 동박 공장 증설 투자자금 조달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공장으로서 의미가 크며 2023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5대 배터리 기업들을 모두 고객사로 둬 양질의 동박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를 포함 2025년까지 생산능력 연간 총 17만톤 이상을 확보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국내 양극재 대표 기업 에코프로비엠도 지난달 말 계열사인 에코프로글로벌이 진행하는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에코프로글로벌의 헝가리 지역 투자재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는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말 첫 해외공장을 헝가리 데브레첸에 짓는다며 총 97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계획 이행 일환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6월 헝가리 남부 산업단지 내 17만8062㎡에 대한 토지구매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1공장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헝가리 2공장은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반도체까지 포함해 경제, 시황 전반이 불투명하다"면서도 "배터리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유효한 시장이기 때문에 당장은 시황이 어렵더라도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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