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화목토' 고경표, 사진제공=tvN
tvN 수목드라마 '월수금화목토'(극본 하구담, 연출 남성우) 2회에서 정지호(고경표)가 최상은(박민영)에게 이처럼 말했을 때 따라들어가 함께 수저를 들고 싶었을 건 상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호가 이 같은 대사를 하고, 3회에 들어서 눈빛의 경계가 보다 다단해지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정지호는 소시오패스로 느껴질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언성을 높이거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로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감정을 폭발시키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중성이 일종의 멋으로 소비되는 한국 드라마에서 정지호는 오히려 한결같이 차분하고 냉정하기에 시선이 가는 캐릭터다. 그리고 이 새로운 영역의 완전함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배우 고경표다.
드라마 속 지호의 동료들 시선을 빌리자면 그는 '싸가지 없는 엄친아'다. 판사를 할 정도의 명석한 두뇌와, 키 185cm의 훤칠한 피지컬, 이목구비가 오목조목하게 잘 배치된 잘생긴 얼굴. 하지만 주변인들과의 대화 패턴은 "예" "아니오" 정도인, 무뚝뚝하다 못해 싸가지 없게 느껴질 만큼 타인과의 교류에 상호 작용이 결핍돼있다. 지호와 함께 일하는 조사관 유미(박경혜)는 새로 발령 받은 조사관에게 지호를 "판사님 별명이 '뇌정지호'예요. 처음에 봤을 때 '왜 이렇게 판사가 잘생겼어' 해서 1차 뇌정지. 그런데 말 섞다 보면 '판사 인격이 왜 저 따위야' 해서 2차 뇌정지"라고 소개할 정도다.
'월수금화목토' 고경표, 사진제공=tvN
그래서 정지호는 고경표가 열정으로 빚어낸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 얼핏보면 차갑기만한 얼음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단단한 보석. 상사인 수석부장(박철민)이 으름장을 놓고 아찔한 농담을 던질 때 표정 변화조차 없다. 상은이 자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이웃이 자신을 연쇄살인마로 의심할 때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동요하지 않는다. 때문에 웹툰 원작으로 보일 만큼 색감이 화려하고 통통 튀는 이 로코물에서 그의 존재는 특별하고 모험적이다. 스릴러나 첩보물에서 숨쉬고 있어야 할 캐릭터가 로코로 옮겨왔을 때의 이질감을 그는 침착하게 정돈해낸다. 극중 박민영의 '월수금 남편'인 고경표, 시청자에겐 '월화수목금토일의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