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쉬고 '147㎞+고교 최고 회전수'... KIA 8R "이정후 선배 상대해보고 싶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10.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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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일훈./사진=박일훈 본인 제공KIA 박일훈./사진=박일훈 본인 제공


매년 시행되는 KBO 신인드래프트 하위 라운드에서는 다재다능한 유망주를 찾긴 쉽지 않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기 마련이고 구단들은 보통 눈에 띄는 장점 하나만 보고 하위 라운드에서 선수를 선택하기도 한다.

KIA 타이거즈가 이번 2023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72번으로 뽑은 박일훈(18)도 그런 케이스다. 박일훈을 뽑혔을 당시 복수의 KBO 구단 관계자는 "스틸픽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직구 회전력이 상당해 불펜으로서 매력적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안산공고에 재학 중인 박일훈은 키 183cm, 몸무게 86kg로 투수로서 크지 않은 체구지만, 최고 시속 147㎞의 빠른 공과 최고 130㎞의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우완 투수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직구 회전수가 2500rpm 이상으로 시속 145㎞ 이상의 공을 던지는 고등학교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을 활용해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잘 유도해냈다. 떨어지는 변화구(스플리터) 등을 장착하면 지금보다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이다.

김동혁 KIA 스카우트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솔직히 박일훈이 8라운드까지 올 줄은 몰랐다. 경기 경험이 많이 없어 감각은 떨어져 있지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 정말 좋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주저없이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장점은 또 있었다. 김 스카우트는 "나중에 이 선수가 스트레칭 등 준비 동작을 보면 알겠지만, 신체적인 탄력이 정말 좋다. (이런 신체조건에서) 빠르고 높은 회전수의 직구를 던진다. 익스텐션도 길고 슬라이더 역시 회전수가 높아 상대 타자들이 잘 치질 못한다. 만약 프로에 와서 스플리터를 장착한다면 중간에서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IA 박일훈./사진=박일훈 본인 제공KIA 박일훈./사진=박일훈 본인 제공
몇몇 구단의 눈을 사로잡은 직구가 2년을 쉬고 나온 실전에서 나왔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박일훈의 통산 성적은 16경기 평균자책점 4.40, 44⅔이닝 35사사구 54탈삼진으로 올해 이전에는 1학년 때 1경기 1이닝 무실점을 한 것이 고작이다.

박일훈은 "중학교 3학년 5월에 팔꿈치 수술을 하고 재활을 시작했다. 재활을 마치고 1학년 때는 실력이 안 돼서 많이 못 나가다가 고1에서 고2 올라가는 겨울에 다시 팔꿈치가 아파서 쉬었다. 고2 여름쯤에는 어깨가 아파서 쉬었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3년 가까이 계속된 부상에 절망도 했지만, 자존심과 오기로 극복해냈다. 박일훈은 "나는 아파서 야구를 못 하는데 친구들이나 다른 팀 선수들이 그사이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게 돼 오히려 자극이 됐다. 스스로 자존심이 굉장히 센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내 모습에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래서 재활할 때부터 지명 날만 기다리며 정말 야구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오랜 부상이 내게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롤모델로 일본의 가이노 히로시(26·소프트뱅크)와 이창진(31·KIA)을 꼽은 박일훈은 여느 고교 투수들처럼 이정후(24·키움)와 맞대결을 꿈꿨다. 박일훈은 "포지션과 상관없이 이창진 선배의 근성 있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참 좋아한다. 마음가짐과 태도를 정말 닮고 싶다"면서 "이정후 선배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 생각해서 상대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프로 지명 후 많은 눈물을 쏟은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일훈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헤어지시고 나를 홀로 키워주셨다. 야구를 많이 잘하지 못하던 나를 아들이라는 이유로 믿고 지원해주셨는데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돼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잘해서 1군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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