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쉽게 구한다고? 외국인까지 몰려드는 대한민국 마약 실태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박수현 기자, 정세진 기자 2022.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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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씨앗 마약, 오늘도 누군가(上)

편집자주 해마다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마약 투약·유통·공급 혐의로 붙잡힌다. 온라인에서 마약이 종류별로 팔리고 어느 도시 한편에선 대마가 자란다. 중독은 강하지만 치료는 요원하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교도소 나서자 '출소뽕'…마약사범 10명 중 8명 3년내 다시 범죄
이렇게 쉽게 구한다고? 외국인까지 몰려드는 대한민국 마약 실태


"마약 수사 20년 가까이 하면서 나한테 서너번 잡힌 사람도 수두룩해요."



20여년 간 마약수사를 하며 1500명 이상 검거한 국내 1호 '마약범죄전문수사관' 김석환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의 말이다.

마약을 다시 투약하는 것을 가리키는 '출소뽕'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재범은 흔하다. 김 과장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해 복역한 이들이 출소하면 마중나간 공범들이 고생했다고 마약을 다시 주는 일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김 과장만의 얘기는 아니다. 마약 범죄를 반복해 검거되는 이들은 연간 2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80%가 3년 이내에 다시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 중독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 마약 재범 지난해 2700명…10명 중 8명, 3년 이내 마약에 손 댄다

마약 범죄 재범률은 증가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사람 중 동종 전과가 있는 사람은 2695명으로 전년 대비 2256명이었던 것에 비해 19.4% 늘었다. 2020년에는 2671명으로 전년보다는 소폭 줄었으나 2년 전인 2018년보다는 18.4% 가량 늘어난 수치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특성을 지닌다. 2020년 마약 재범자 중 3년 이내에 다시 검거된 사람은 2178명으로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해 전체 동종 범죄 재범자 중 3년 이내 검거된 비율은 66.2%(13만1057명)다.

마약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들은 수감 생활을 하며 금단증상을 겪는다. 지난 5월 서울 구로구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행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최모씨(42)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금단증상을 호소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골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앞두고는 취재진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소와 두통은 대표적인 필로폰 금단증상으로 꼽힌다.

중독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금단증상은 출소 후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판사 이재욱)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류관리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6)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쯤 3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A씨는 지난 2019년에도 마약류관리법으로 실형해 처해져 지난해 3월까지 복역했다. 출소 이후 6개월만에 A씨는 마약에 손을 대고 만 것이다.

새벽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해 1명을 숨지게 한 40대 A씨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중국 국적 피의자 A씨는 지난 11일 오전 6시쯤 구로동 공원 앞에서 60대 B씨의 안면부를 발과 깨진 연석(도로경계석)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새벽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해 1명을 숨지게 한 40대 A씨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중국 국적 피의자 A씨는 지난 11일 오전 6시쯤 구로동 공원 앞에서 60대 B씨의 안면부를 발과 깨진 연석(도로경계석)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 '중독' 치료해야 악순환 끊어낼 수 있어

교정시설에서 마약사범을 다루는 방식이 교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서는 마약 사범은 '파란 명찰'을 부여하고 다른 범죄 사범들과 분리해 가둔다. 마약 범죄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이다.

마약 전문 경찰들은 단순 투약 사범이 제조·유통 사범과 섞여 정보공유를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 사범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친분이 쌓이고 마약 구매 등 범죄 경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장은 "마약범죄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모르는 익명성을 지니는데 수형시설 안에서 서로 알고 친해지면 출소 이후에 서로 접근해 다시 마약을 주고받는 행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중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처벌만큼이나 치료·재활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가 있지만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와 성인 대상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된 마약사범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교육을 전담한다.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선도·교육 대상 인원은 1162명이다. 반면 전국 9개 지부에 교육 담당 인원은 10명 수준이다. 1명당 100명 이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마약 중독자를 중독에서 치료해줄 기관 역시 부족하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치료보호기관은 총 21곳이다. 이중 지난해 각각 164명, 107명을 치료한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창녕시 국립부곡병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운용되는 곳은 전무하다.

이 두 병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1명이라도 치료한 병원은 단 5곳이다. 이 기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경기 의왕시 계요병원에서 2명씩 치료했다.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병원, 부산 연제구 부산광역시의료원,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은 1명씩이다.

마약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마약 중독자들을 전과자로만 만들어놓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가 치료와 재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마약 시장'…특징은 30대이하·초범·외국인
이렇게 쉽게 구한다고? 외국인까지 몰려드는 대한민국 마약 실태
코로나19(COVID-19) 기간 마약 범죄의 양상이 달라졌다. 마약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구매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약자가 크게 늘고 초범 비율도 높아졌다. 국내외 이동량은 줄었지만 외국인이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유통하는 사건도 늘었다.

1일 경찰청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은 2018년 40.7%(3300명), 2019년 48.8%(5085명), 2020년 51.2%(6255명), 2021년 58.8%(6253명)으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젊은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이유로 비대면 거래 확산을 꼽는다. 대면 거래가 중심이 됐던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도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는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마약을 불법으로 유통·판매하는 사람의 72.8%가 텔레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톡 10.7%, 라인 4.1%, 홈페이지 2.1%가 뒤를 이었다. 위커, 텀블러, 와이어, 전화 등 기타도 10.1%를 차지했다.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초범이 늘었다. 서울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마약사범 가운데 초범 비율은 2019년 74%(1751명)에서 2020년 74.6%(1960명), 2021년 75.8%(1962명)로 해마다 상승했다. 과거 마약이 유명인이나 특정 직업군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대중화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적인 이동량은 줄었지만 역설적으로 외국인 마약사범은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마약류 단속 사범 수는 2017년 932명에서 2021년 2339명으로 5년 만에 2.5배 늘었다. 외국인 마약사범의 출신 국가도 2017년 34개국에서 2021년 71개국으로 다변화됐다.

외국인 마약사범은 단순한 투약 범행을 넘어서 유통·밀매에도 관여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가 용이하고 마약 암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외국인 마약사범이 지속해서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동남아 등지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환각성이 심한 신종마약이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 전문 박진실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외국인들은 본국에서 어울리던 사람끼리 마약을 대면 거래하며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마약을 인편으로 가져왔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국제 우편물 등을 통해 반입하다 검거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클럽 등 생활 속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 추진 계획'을 시행 중이다. 서울 경찰은 집중단속과 연계해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상자산 등을 통한 마약류 유통 사범에 대한 연중 상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마약 중독 1명 치료비용 한달에 500만원…치료비 떼이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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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중독 환자 1명이 1개월간 입원할 때 필요한 치료 비용은 최소 500만원. 그러나 올해 보건복지부가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에 배정한 예산은 4억1000만원에 불과한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예산을 더해도 8억2000만원이 전부다. 마약류 중독환자 164명이 한달간 입원 치료를 받으면 관련 한해 예산이 소진되는 셈이다.

재범율이 높은 마약범죄 특성상 치료가 중요한데 복지부 예산은 지자체와 '매칭 펀드' 제도로 운영되는 탓에 쉽게 증액하기 어렵다. 의료현장에서는 예산부족으로 마약류 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환자가 정부 지원 치료를 받기 위해선 대통령령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과 관련 규칙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국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이 치료 보호를 의뢰하면 각 지자체별 심의워윈회 승인을 거쳐 지정 기관은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입원치료·외래진료)를 해야 한다. 병원비는 환자 치료를 끝낸 각 지정병원이 지자체에 청구하고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와 절반씩 부담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인천처럼 치료 실적이 많은 지자체는 몇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한데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가 이 정도 예산을 책정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50대 50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최근 5년간 21개 기관이 치료보호한 마약류 중독 환자는 총 1130명이다. 이중 인천참사랑병원이 496명(43.9%), 국립부곡병원이 398명(35.2%)으로 전체 환자 중 80%에 가까운 환자를 치료했다. 이어 강남을지병원 136명(12%), 마더스병원 35명(3.1%), 계요병원 20명(1.8%) 순이었다.

천 원장은 "지역 심의 위원회에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입원환자 승인을 안 해주고 외래로만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극 취약 계층만 입원 혜택을 받는 현실"이라며 "예산부족으로 건강보험이나 생활보호 대상자 지원을 받아 일반 정신과 치료처럼 병원을 찾는 마약류 중독환자가 전체의 75% 정도 된다"고 했다.

이렇게 쉽게 구한다고? 외국인까지 몰려드는 대한민국 마약 실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류 치료보호 지정 병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병원비를 '떼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치료보호 의료기관에 병원비 2004만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지정 병원이 치료보호 제도를 통해 경기도에 주소지를 둔 마약류 중독 환자를 치료한 후 지자체에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못 받은 것이다.

올해 경기도의 관련 예산은 8500만원. 하지만 지난해 미수금 2004만원을 지급하고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6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역시 올해 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미수금이 발생해 내년에야 밀린 병원비를 지급할 수 있다.

경북과 대구처럼 올해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지자체 주민이 치료보호 혜택을 받을 경우 진료 병원은 내년에서야 병원비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 예산은 분기별 수요조사에 기초해 책정한다.

2018년 전체 치료보호 지원 환자 267명 중 136명을 치료한 강남을지병원은 미수금이 5억원에 달해 같은해 병원이 치료보호 지정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자체 예산부족으로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에 치료보호 병원에서 해제됐지만 2020년에서야 미수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천 원장은 "민간 병원에서는 마약 중독 환자 한명을 받으면 다른 환자를 내보내야 할 정도로 관리가 쉽지 않은데 얌전한 조현병 환자 받는 게 낫지 마약환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한 1~2곳의 병원에 마약류 치료보호 환자가 쏠리는 현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약자일수록 마약 중독 치료는 더 요원하다. 한달간 입원치료 비용은 500만원에 달하는데 정부 치료보호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면 환자 본인이 120만~15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마약 중독 치료는 1년 이상 지속해야 하는데 치료보호 제도 혜택을 못 받는 환자는 첫 세달 동안 150만원~200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2~4주에 한번 내원하면서 회당 10여만원 이상 치료비를 납부해야 한다.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는 국내에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마약 투약 인구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5조원에 이를 거라는 분석이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아주대 약대 교수)은 "마약 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치료받지 못하고 중독자가 마약 재범률이 늘고 투약자에 의한 살인, 교통사고, 강간 등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여러 연구에서 중독 치료 등 재활에 투자한 비용은 적게는 10~20배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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