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와이어트(카카오헤어샵 운영사) 투자자인 △하랑신기술투자조합 △브레이브뉴(BNI)-어니스트 제1호 신기술투자조합 △이베스트-지투지(GTOG) 신기술조합(투자금액 순)이 김범수 센터장 앞으로 "9월30일까지 투자금 회수방안을 알려달라"고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480억 투자 유치 후 2달 만에 철수결정…투자자 '날벼락'
/사진=카카오헤어샵
이에 투자자들은 원금에 이자율 4%를 더해 약 500억원을 돌려달라는 입장이다. 한 투자자는 "투자 유치당시 밸류에이션이 3개월 만에 2배로 올라 '너무 높다'고 했더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측에서 카카오 브랜드값을 인정해달라고 했다"면서 "카카오 이름값을 믿고 비싸게 투자했는데 한 달 반 만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 이름을 붙여 사업을 확대하고 IPO 하겠다는 청사진으로 투자를 유치해왔다"라며 "지난해 국감 이후 '카카오 이름 쓰지 말라'고 하면서 많은 계열사가 난처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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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카카오인베인데 카카오에 SOS, 왜?지난해 와이어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24.19%)다. 그러나 와이어트 합병을 주도했던 박지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중심으로 계열사 재편이 시작되면서 와이어트의 명운도 카카오에 결정에 달렸다. 투자자들이 김 센터장과 카카오에 내용증명을 보낸 까닭이다.
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카카오가 사업 철수에 미온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다른 투자자는 "지난 3월과 9월 카카오가 투자금을 상환키로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며 "기관투자자라곤 하지만 카카오란 브랜드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돈도 많이 들어가 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이름부터 뗐다…좌초된 합병의 꿈
카카오톡 상단 검색창에서 '카카오헤어샵'을 검색하면 카카오 브랜드명을 제외한 헤어샵 예약하기 페이지가 뜬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는 지난 5월 EY한영을 주간사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하시스 부문)를 1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이 매각 역시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논의없이 진행했다고 반발한다.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와이어트에 승선한 휴메이저 쪽 피해도 크다. 합병 당시 △닥터포헤어 해외사업 확장 △신규 생활용품 브랜드 출시 등을 내걸었지만 모두 올스톱됐다. 권 대표는 "지난 1년간 사업이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투자자들의 투자금 상환을 먼저 해결한 후 재분사 등을 다시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와이어트 관련 다각도로 정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고려해야 해 검토와 협의에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헤어샵이 이용자들에게 요금이나 영업시간, 디자이너 만족도 등 정확한 헤어숍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편의를 높이는 순기능이 많아 골목상권 침해와 거리가 먼 서비스임에도 정치권의 과도한 플랫폼 몰아세우기에 휩싸이며 성급하게 철수결정이 내려진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