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사진=배한님 기자
김 대표와 한글과컴퓨터의 지분 매수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대표는 반기마다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가 악화되면서 성장주인 기술주가 하락장에 접어들자, 한글과컴퓨터의 실적 개선에도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IT기업 CEO·CFO·CTO까지 지분 매입 '총출동'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네이버(NAVER (180,700원 ▲1,100 +0.61%))는 지난 3월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네이버 주식을 각각 314주(약 1억8000만원 규모) 매입했다. 당시 네이버 측은 "회사 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확신과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 (260,000원 ▲7,000 +2.77%)에서도 장병규 의장이 지난 2~3월 3차례에 걸쳐 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크래프톤 산하 독립 스튜디오 주요 경영진도 33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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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22,350원 ▲350 +1.59%)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며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다. 역시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다. NHN은 2024년까지 전체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375만1792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올해는 전체 주식의 4%인 150만717주를 우선 처리한다.
지난해 류영진 전 대표의 대량 스톡옵션 행사로 주주 신뢰를 잃으며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카카오페이 (33,750원 ▲1,050 +3.21%)도 경영진이 연이어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6월 약 12억원 규모(1만5000주)를 사들였다. 미투젠 (10,660원 ▼160 -1.48%)은 지난 3월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더블유게임즈 (40,650원 ▼50 -0.12%)는 지난 8월 약 300억원, 엠게임 (5,320원 ▲70 +1.33%)이 이달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조이시티 (2,495원 ▲70 +2.89%)에서는 김태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펄어비스 (27,700원 ▲500 +1.84%)는 지난 5월 198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아직은 안 먹히는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 공식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글과컴퓨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대표이사 장내 매수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 또한 지속하고 있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에 새로운 기대를 가져도 좋을 시점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각 IT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재정, 달러 강세 등 거시경제 환경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탓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감안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업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