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 후]7만원 쐈더니 성관계 생방송…'성폭행' 터졌지만 여전했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2.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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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가 후원 미션...강제종료 없이 생방송
방심위는 감당못해...성관계 플랫폼 5년간 제재 '3건'

지난 18일 한 소규모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성관계 장면이 생방송 됐다. A씨는 방송 중 7만5000원 후원이 들어오자 배우자와 성관계를 했다. 특정 신체 부위가 모자이크 없이 화면에 보였다. "왠지 야동(성인물) 찍는 거 같다"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본다"라는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관계는 후원 '미션'이었다. 미션이란 개인 방송인이 금전 후원을 받으면 그 대가로 실천하기로 한 행동을 말한다. 5000~6700원을 더 내면 시청자들은 성관계하는 A씨에게 특정 행위도 미션으로 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재는 없었다. '폴리스(경찰)'라 불리는 플랫폼 운영자는 경고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성관계는 7분쯤 생방송 됐다. 400~500명이 방송을 봤다. 현행법상 플랫폼은 도 넘은 자극적인 방송에 강제 종료 등 제재를 할 의무가 있다



끝이 아니었다. A씨는 일주일 뒤 남성 시청자와 다른 여성 방송인 한명을 불러 합동 방송을 했다. 이어 후원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새벽쯤 여성이 시청자와 성관계를 하게 했다.

A씨는 G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아프리카TV 등보다 작은 플랫폼이다. 모니터링 요원도 적고, 방송 규제는 약하다. 지난 6월 해당 플랫폼에서 또 다른 방송인이 여성을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 방송 수위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사건 후 3달째, 개인 방송은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변했다.

지난 18일 소규모 인터넷 방송 플랫폼 G모 플랫폼에서 한 남성 방송인이 배우자와 생방송 중 성관계를 했다. 시청자들은 "야동(성인물) 찍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독자 제공지난 18일 소규모 인터넷 방송 플랫폼 G모 플랫폼에서 한 남성 방송인이 배우자와 생방송 중 성관계를 했다. 시청자들은 "야동(성인물) 찍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독자 제공


성폭행 방송 후 3개월...성관계, 신체 노출, 자해까지 '점입가경'
B씨(29)는 최근 인천지방법원에서 준강간과 유사강간, 준유사강간 혐의로 첫 재판을 받았다. B씨는 지난 6월28일 수면제 먹고 잠든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G 플랫폼에서 생방송 한 혐의를 받는다.


성폭행 생방송을 약 300여명이 시청했다. G 플랫폼 운영자는 세 차례 "유의해 방송하기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송을 강제 종료하지는 않았다. 피해 여성은 법원에 B씨 재판이라도 방청객 없이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B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기준 재판부에 반성문도 9번 제출했다.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세달째. G 플랫폼 방송은 더 자극적으로 변했다. 방송 내역을 보면 성관계 방송 말고도 성매매 업소 앞 중계방송 등이 나온다.

성인 방송이 가장 두드러진다. 잠든 여성 신체 부위를 방송하는 건 예삿일이다. 화면을 가리고 성관계 소리를 들려주는 방송도 있다. A씨처럼 대놓고 성관계하는 방송도 있다.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28일 부부 사이인 방송인들이 다투다가 흉기를 꺼내든 장면이 생방송 됐다. 한 방송인은 자해하거나, 빌라 옥상에 올라가 투신 소동을 벌이고 경찰관이 다가오자 '뛰어내리겠다' 위협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20대 인터넷 방송인 B씨는 지난 6월 라이브 방송 도중 잠든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 당시 플랫폼 운영자는 '유의해서 방송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송을 강제종료하지는 않았다./사진=독자 제공20대 인터넷 방송인 B씨는 지난 6월 라이브 방송 도중 잠든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 당시 플랫폼 운영자는 '유의해서 방송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송을 강제종료하지는 않았다./사진=독자 제공
최근 5년간 제재 3건..."플랫폼 운영자 책임 강화해야"
현행 정보통신사업법상 플랫폼은 방송이 너무 자극적이면 조처해야 한다. 아프리카TV 등 플랫폼은 방송 수위가 기준을 벗어나면 제재한다. 방송 강제 종료도 하고 방송 계정을 일정 기간, 영구 정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방송을 소극적으로 제재하는 플랫폼이 일부 있다. 주로 G 플랫폼 같은 소형 플랫폼들이다. 과거 성폭행, 자해 방송도 중형 플랫폼에서 송출될 때 강제 종료됐지만 소형 플랫폼에 옮겨와서는 제재 없이 송출됐다. 개인 방송인 박정수씨(41)는 수익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자극적 방송이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며 "시청자들 후원 최대 20%를 플랫폼이 수수료로 챙긴다"고 했다.

플랫폼이 방송을 제재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사후 제재를 할 수 있다. 심의 후 게시물 삭제, 접속 차단 등 시정을 플랫폼에 요청하는 식이다. 문제는 방심위의 제한된 인력이다. 개인 방송 모니터링 요원은 23명이다.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 TV에 속한 방송인만 4만여명이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5년간 G 플랫폼을 3차례 제재했다. 모두 방송인 '영구 정지'를 요구했다. '음란함'이 이유였다. 하지만 박씨는 "부족하다"며 "자극적인 방송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전문가는 방심위 직접 제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방송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봐도 방심위 등 행정 기관이 방송 내용을 직접 감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플랫폼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는 유해 콘텐츠 기준을 만들고 어기면 송출을 막거나 수익을 차단한다. 황 교수는 "이런 내부 통제하지 않을 때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했다.

방심위도 머니투데이에 "사업자와 협력을 통해 자율규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플랫폼 자율규제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고민정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 자율규제에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업자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유관 부처의 관리 감독을 통해 온라인에서 혐오와 차별로부터 이용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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