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 6월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스1
칩4는 미국이 구상한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다. 미국이 원천기술,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일본은 소재와 장비 분야를 맡아 전략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와 AI(인공지능) 같은 미래 산업은 물론 첨단무기, 우주항공 등 안보와도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수요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다. 중국 내 완제품의 자국 기업 비율은 압도적이지만, 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 690억달러 가운데 48%를 중국에 팔았다. 홍콩 수출까지 합치면 규모는 60%에 달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중국이 갖는 의미는 크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가 장쑤성 우시에서 D램 공장을 두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가량을,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을 책임지는 핵심 시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생산라인 유지와 차세대 공정 도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를 의식한 듯 노골적인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즈(환구시보 영어판)와 환구시보가 잇따라 한국의 칩4 참여를 견제하는 기사와 논평을 내면서 선봉에 서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 역시 부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무소속 양항자 의원을 찾아 칩4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반도체보다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성공적인 목표 이행을 위해 한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도체업체 한 임원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이루는 데 한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한중간 기술 격차가 커 메모리반도체를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D램 시장에서 중국은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2017년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칭화유니그룹은 과도한 투자 여파로 지난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D램 사업을 포기했다. 또 다른 업체 푸젠진화는 미국 마이크론 기술 도용 문제로 2019년 프로젝트를 중지했다. 최근 또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는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D램 시장에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3강 체제를 굳힌 시장이라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 외에 대체 가능한 방편이 없다.
이런 한국 메모리반도체 강점은 칩4 동맹에서도 유효하다는 평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침4 동맹에 가입하면 향후 미국은 주력산업에 필요한 칩을 공급받아 제조산업발전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칩4 동맹에 가입해도 중국 내 국내 기업 반도체 공장의 공정 개선 및 확장 시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등 확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