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대로면 플랫폼 노동자도 모두 직고용할 판" 전문가들이 본 파견법 문제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9.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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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영문 전북대 명예교수,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송현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경총.(왼쪽부터)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영문 전북대 명예교수,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송현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경총.


"판결문을 수백건 읽어봐도 수미일관하는 논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최근 대법원이 포스코에 사내 하청노동자를 직고용하라고 판결하자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MES(생산관리시스템)을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로 받아들이면서 제조업의 자동화 등 4차 산업 혁명에 제약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내하도급 판결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8일 '최근 사내하도급 판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도급은 생산과 일하는 방식을 전문화하고 분업화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법원이 경쟁국들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사내하도급 활용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 산업 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파견법은 독일, 일본 등 경쟁국과 달리 파견 대상을 32개 업종으로 제한하는 등 대단히 경직적이기 때문에 도급과 파견의 구별은 더욱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적법한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한정 짓는 수단으로 (파견법이) 활용되고 있는데 규제 방식을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 시대 도급과 파견의 합리적 판단기준'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스코 판결에 대해 "도급 목적상 정보제공 수단인 MES를 파견법상의 지휘·명령으로 판단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현대는 디지털 세계로, 4차 산업 혁명을 향해 가는데 이번 판결을 플랫폼에 적용하면 플랫폼 노동자도 전부 원청이 처리(직고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여러 공정의 유기적 결합을 전제로 하는 제조업에 대해 사실상 노무도급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본은 도급계약에 파견적 요소가 적발되면 행정지도를 통해 시정·지도하는 것이 원칙인데 한국은 이를 일도양단하려다보니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욱래 태평양 변호사도 법적 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파견법 개정방안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판결문을 살펴보면) 논리비약이 상당하다"며 "파견법이 제정된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관련 논란에 대한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을 비롯한 악용 여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며 "파견법상의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의 의미를 구체화하고, 과도한 벌칙 규정(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삭제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벌로 완화하는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문 전북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송현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사내하도급 판결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송현석 변호사는 "MES 자체는 효율성 도모를 위한 도구"라며 "MES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인간의 의식적인 행위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강식 교수는 "불법파견 판결을 통한 직접고용 강제는 오히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근로소득, 고용가능성 등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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