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주도권 이동 …尹의 디지털 전략, 文의 뉴딜과 차별점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09.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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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 2차관 "110개 국정과제 중 67개가 디지털 연관…뉴딜은 위기대응 성격"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국가전략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국가전략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27/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8일 발표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은 추진 방식으로 '민간 주도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전략을 공개하는 자리에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대기업은 물론 중견·스타트업까지 민간 기업이 대거 참석했던 배경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관 주도형 '디지털 뉴딜'을 내세웠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의 자유로운 혁신 문화가 발현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전날 디지털 전략 사전 브리핑에서 "국정과제 110개 중에서 디지털 관련 분야를 모아 봤더니, 무려 67개 정도가 되더라. 이것들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번 전략에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혁신이 우리 경제구조와 산업체질 개선, 일자리 창출, 사회문제 해결 등 경제·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개별 부처의 정책 구상이 아닌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 언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디지털 전략이 공개된 것 역시 앞으로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디지털 전략기술 및 기업·인재의 육성 등 핵심 내용이 과거의 디지털 관련 정책 구상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책의 세부 과제는 물론 추진 방식 등 측면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박 차관은 "(전 정부의) 디지털 뉴딜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를 극복하고, 위기상황에서도 성장의 모멘텀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위기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면, (새로운 디지털 전략은) 이제 감염병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보다 전면적이고 심층적으로 짰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주도했던 기존의 사업 방식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자생적인 혁신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 게 (디지털 뉴딜과의)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9.28./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9.28./사진제공=뉴시스
실제로 전략이 발표된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물론 SK텔레콤·네이버·카카오·쿠팡·삼성전자·LG 등 대기업과 더불어 베스핀글로벌·NHN클라우드 등 중견·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전략 추진에 민간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박 차관은 "디지털 전략 추진에는 여러 기업이 자발성에 근거해 참여하게 되고, 전략의 추진에 따라 ICT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의 기업들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정부가 어젠다를 제시하되 민간의 자발적 협조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최근 주요 ICT 현안에 대한 입장도 내놓았다.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의 갈등이 첨예한 '망 이용료 법'에 대해선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은 과거에 정립된 원칙과 내용들이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인지 자문하며 국회·정부와 논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략에서 '디지털 질서 선도국'을 강조한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입법 움직임에 보다 전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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