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우Rx는 대면에서 불면증 환자에 제공되던 의사의 상담, 교육을 소프트웨어화해 비대면으로 옮긴 디지털 치료제다. "몇시에 자려고 누웠는지, 잠을 자는 도중 얼마나 깼는지, 자는 동안 뒤척이고 코를 고는지, 언제 일어나는지, 활동량은 어떤지 등 수면앱에서 수면점수를 계산하는 데 쓰이는 항목들을 측정해요. 또 환자들에는 낮잠을 잤는지, 커피나 술을 마셨는지 등을 입력하도록 하고요. 측정한 데이터, 입력한 데이터를 두루 살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최대한 유추하기 위해서죠. 이 데이터를 갖고 의사를 만나는 거에요. 물론 중간중간 소프트웨어에서 환자에 피드백도 주고요. 치료가 전보다 더욱 상호적으로 이뤄지는 거죠."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다소 파격적이진 않은 컨셉이다. 필로우Rx는 해외에서도 피어테라퓨틱스, 클릭테라퓨틱스 등 경쟁제품이 많고 국내에서도 에임메드와 시장이 겹친다. 웰트는 '삼성전자 DNA'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강 대표는 "기존 디지털 치료제들은 치료제 관점인데 우리는 디지털 관점"이라며 "디지털 관점은 유저의 행태를 분석해 제품을 수시로 개선하는, 게임회사 관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치료제 관점 회사들은 해본 적 없지만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회사 입장에선 제일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비록 해외 경쟁사 대비 늦게 출발했지만 더 빠르게 진화해 베스트인 클라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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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략도 속도…"식약처 규제 수출 했으면"이러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웰트는 올해 보건산업진흥원의 미국진출 지원기업(총 10곳)에 선정돼 미국 보스턴 내 거점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만큼 활발히 글로벌 네트워킹을 쌓고 있다. 앞서서는 아시아 최초로 DTA(세계디지털치료제협회)에도 가입했다. 디지털 치료제가 준수해야 하는 핵심 원칙을 정의하고, 제품 설계, 임상 및 규제 등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미국, 유럽이 주축인 현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결정이다. 강 대표는 "가입을 위해 1년간 노력했다"며 "이너서클에 드니 무시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나아가 강 대표는 웰트를 비롯해 K-디지털 치료제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식약처가 규제를 수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 대표는 "과학 영역인 안전성, 유효성 규제는 어느나라든 동일하다"며 "식약처 규제가 수출되면 우리나라 회사들이 다른나라 규제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 식약처의 규제 역량도 뛰어나단 평가다. 이어 그는 "몇 달 전 식약처에서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업데이트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규제에 기술의 변화, 특징이 녹아있었다"며 "이 규제를 모범사례로 자부심을 갖고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디지털 헬스가 글로벌 바이오 헬스 산업에서 한국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제가 의대, 보건복지부, 삼성전자, 창업 등의 길을 걸어오면서 중시한 가치가 '나라에 도움이 되나'였어요. 유망한 산업을 찾고, 이 산업이 커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단 바람이죠. 삼성 이병철 창업주, 현대 정주영 창업주가 각각 반도체, 자동차를 낙점하고 육성을 주도했는데, 두 산업이 우리나라 50년을 이끌었잖아요. 저는 디지털 헬스가 우리나라를 앞으로 50년 먹여살릴 산업이라고 봐요. 디지털 제약회사 강점을 오롯이 가진 회사로 성장해, 한국이 팔로워인 현재 바이오헬스 역학구도를 뒤집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