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품 안기게 된 대우조선...'대우' 브랜드 또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9.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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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품 안기게 된 대우조선...'대우' 브랜드 또 사라지나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우그룹 해체 후 20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대우' 브랜드를 유지했던 사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수 후 일정 기간 현 사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세계경영의 상징이던 '대우(DAEWOO) 브랜드도 더욱 희미해질 전망이다.



27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건부 투자(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내달 17일까지 3주간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할 계획이다. 한화 수준이거나,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등장하면 상세실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절차상 한화그룹은 유력 인수 후보란 의미며 아직 최종 인수자가 아니란 뜻이다. 업계는 이번 인수전은 전적으로 한화그룹 의지에 달려있다고 평가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불허 결정에서 알 수 있듯 국내 경쟁 조선사의 인수는 불가하고, 2조원 이상 자금과 대우조선해양의 적자를 품을 만한 대기업이 극히 제한적이어서다.



한화그룹이 변심하지 않는다면 대우조선해양은 한화 계열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대다수는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한화(Hanwha)' 브랜드를 공유한다. 대우조선해양도 한화란 브랜드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와 동시에 사명이 바뀔 가능성은 작지만, 점진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 체제에 놓이거나 매각된 계열사 및 산하 사업부들도 유사한 행보를 걸었다. 공통적인 점은 한때 '세계경영'으로 대표되던 대우란 브랜드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대우중공업을 뿌리로 둔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대우그룹 해체 후 대우종합기계로 분리됐다가 두산그룹을 거쳐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됐다.

㈜대우 무역부문은 거듭된 M&A 과정에서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대우 등을 거쳐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됐다. 대우자동차 자동차사업부문은 GM대우로 장시간 불리다 현재는 한국GM이 됐으며, 매각과 인수를 거듭했던 대우증권도 미래에셋그룹 품에서 미래에셋대우로 불리다 미래에셋증권이 됐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수한 기업(그룹)의 브랜드와 대우 브랜드가 병기되다가 점진적으로 대우를 떨친다는 점이다. 대우란 색채를 유지해 시장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과도기를 거친 뒤 인수된 기업(그룹)의 정체성을 이어받는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을 전망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이란 사명은 대우중공업 사업부에서 산업은행 관리체제 산하 독립법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붙여졌다. 글로벌 수주시장에서도 '대우'라 불리지 않고 'DSME(Daewoo Shipbuilding & Marine Engineering)'로 불린다. 한화가 '대우'보다 신경 써야 할 브랜드는 'DSME'인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주도 아래 대형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온 곳"이라면서 "인수 후 브랜드 작업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상당한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점진적 변화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2015년 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 등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사명에 한화가 붙기까지 3년이 걸렸고, 대한생명은 무려 10년 동안 종전 사명을 유지했다"면서 "시장·사업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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