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건부 투자(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내달 17일까지 3주간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할 계획이다. 한화 수준이거나,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등장하면 상세실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절차상 한화그룹은 유력 인수 후보란 의미며 아직 최종 인수자가 아니란 뜻이다. 업계는 이번 인수전은 전적으로 한화그룹 의지에 달려있다고 평가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불허 결정에서 알 수 있듯 국내 경쟁 조선사의 인수는 불가하고, 2조원 이상 자금과 대우조선해양의 적자를 품을 만한 대기업이 극히 제한적이어서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 체제에 놓이거나 매각된 계열사 및 산하 사업부들도 유사한 행보를 걸었다. 공통적인 점은 한때 '세계경영'으로 대표되던 대우란 브랜드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대우중공업을 뿌리로 둔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대우그룹 해체 후 대우종합기계로 분리됐다가 두산그룹을 거쳐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됐다.
㈜대우 무역부문은 거듭된 M&A 과정에서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대우 등을 거쳐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됐다. 대우자동차 자동차사업부문은 GM대우로 장시간 불리다 현재는 한국GM이 됐으며, 매각과 인수를 거듭했던 대우증권도 미래에셋그룹 품에서 미래에셋대우로 불리다 미래에셋증권이 됐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수한 기업(그룹)의 브랜드와 대우 브랜드가 병기되다가 점진적으로 대우를 떨친다는 점이다. 대우란 색채를 유지해 시장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과도기를 거친 뒤 인수된 기업(그룹)의 정체성을 이어받는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을 전망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이란 사명은 대우중공업 사업부에서 산업은행 관리체제 산하 독립법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붙여졌다. 글로벌 수주시장에서도 '대우'라 불리지 않고 'DSME(Daewoo Shipbuilding & Marine Engineering)'로 불린다. 한화가 '대우'보다 신경 써야 할 브랜드는 'DSME'인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주도 아래 대형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온 곳"이라면서 "인수 후 브랜드 작업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상당한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점진적 변화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2015년 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 등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사명에 한화가 붙기까지 3년이 걸렸고, 대한생명은 무려 10년 동안 종전 사명을 유지했다"면서 "시장·사업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