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7시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 출동한 소방 대원들이 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뉴스1.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27일 오전 진행된 화재사고 현장감식단의 1차 합동감식 결과 "최초 발화 지점 근처에 있던 1톤 트럭은 연료통이 있는 걸로 보아 내연기관 차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차지인에 따르면 아울렛에서 마지막으로 충전기가 사용된 건 화재 발생 전날인 25일 오후 8시쯤이다. 차지인 관계자는 "평소에도 직원 및 업무용 차량의 충전도 없는 곳"이라며 "화재 발생 장소가 충전기의 위치와 다른 곳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한국보다 많은 미국에서도 전기차 화재는 전체 자동차 화재의 극히 일부분이다. 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5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발생한 내연기관차 화재는 19만5333건, 하이브리드차 화재는 1만6501건으로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10만대당 화재사고율을 비교하면 하이브리드(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3474.5건을 기록하며 전기차(25.1)는 물론 내연기관차(1529.9)보다 높게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가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차량은 따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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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보다 위험할 수 있다. 전기차 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연성 액체 전해질 때문에 더 빠르고 뜨겁게 불이 확산하며, 진화 자체도 오래 걸린다. 확률은 낮지만, 충전 중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긴 충전 시간 때문에 충전 중 운전자가 부재한 상황이 많아 초기 대응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등 최근 전기차 화재 사례가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선입견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만 있으면 화재 원인이 전기차라는 선입견은 (산업 발전에) 좋지 않다"며 "우선 기술 개발을 통해 화재를 예방하고, 불이 나더라도 골든타임을 늘리는 방법 등에 대한 홍보·캠페인을 통해 막연한 공포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훨씬 적은 전기차 화재의 몇 안되는 사례가 부풀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전기차 전환기에 자칫하면 한국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로 전기차를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사건을 (안전)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전기차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