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군인 옆 '투명' 투표함…속 보이는 러 합병 주민투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임소연 기자 2022.09.27 05:00
글자크기

러 점령 자포리자 등 4곳서 진행
반대 찍기 어려워 요식행위 불과
점령지선 우크라인 강제 징집도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지역 주민이 투명 투표함에 러시아 영토 합병 찬반 주민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로이터=뉴스1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지역 주민이 투명 투표함에 러시아 영토 합병 찬반 주민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로이터=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영토합병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집을 한다는 외신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곳은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와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주와 헤르손주 대부분 지역, 자포리자주 80%, 도네츠크주 60%가량을 점령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에 달한다. 투표는 27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러시아 편입 찬반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는 오는 30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실상 투표과정은 '요식행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2014년 무력으로 점령한 크름반도에서 주민투표를 진행해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당시 찬성률은 무려 97%였다.

투표가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측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투표 기간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금지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무장한 군인들과 함께 집마다 돌면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관리들이 러시아 합병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이름을 적어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을 든 병사(왼쪽)와 투명한 투표함을 든 여성(오른쪽)이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 계단을 모르는 모습.(영상 갈무리) 이 영상에는 9월 23일이라고 날짜가 표시돼 있다. 트위터에 영상을 올린 이는 남부 우크라이나에서 찍힌 것이라고 썼다. 총을 든 병사(왼쪽)와 투명한 투표함을 든 여성(오른쪽)이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 계단을 모르는 모습.(영상 갈무리) 이 영상에는 9월 23일이라고 날짜가 표시돼 있다. 트위터에 영상을 올린 이는 남부 우크라이나에서 찍힌 것이라고 썼다.
로이터통신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유권자들이 개방된 장소에서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투명 투표함에 넣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번 투표로 전쟁이 중대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점령지 편입이 결정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확전 의지를 밝혀서다. 이런 가운데 25일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데 이어 우크라이나 남부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서는 18~35세 남성의 이동이 금지되고 이들 대다수가 입대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