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공동주태 단지를 찾아 소수 기업들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추첨에 참여했던 소위 ‘벌떼입찰’ 현장을 둘러본 뒤 발언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2022.9.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견 5개사, 줄소송·구조조정 불가피… M&A도 문 닫혀국토부는 벌떼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10월부터 규제지역에서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수도권정치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의 300세대 이상 택지에서 2025년까지 3년간 시행한다.
벌떼입찰 주요업체인 중흥 호반 제일 대방 우미 등 5개 중견사들은 가시방석이다.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위법한 상황이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경우 계약이 취소되고 낙찰받은 택지를 환수하거나 부당이득을 토해내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 업계에선 실제 택지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나, 사업 현장별로 줄소송이 불가피하다.
계열사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지방 중견건설 5개사는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공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 도급 계약을 수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청약 당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계열사를 늘려왔지만 1사 1필지 제도가 시행되면 계열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2조1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건설은 날벼락을 맞았다. 공공택지에 입찰할 때마다 계열사인 대우건설과 '교통정리'를 해야한다. 규제지역에선 그룹 내 '푸르지오', '중흥S클래스' 두 브랜드를 두고 모기업이냐 자회사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1사 1필지 제도가 시행되는 향후 3년간은 건설업계 내 M&A가 사실상 문이 닫힌 셈"이라고도 말했다.
◇"시장 침체되는데 왜 지금…" vs "경쟁촉진 순기능 기대" 주택업계에선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행 시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비친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고꾸러져 불황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자칫 택지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 2020년 평균 206대 1에 달하던 공공택지 경쟁률이 올해 4월 이후엔 34대 1로 대폭 줄었다. 고꾸라진 주택경기를 감안하면 택지 경쟁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견건설사들이 다수의 회원사를 차지하는 대한주택건설협회 측은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기가 너무 안좋다"며 "시장 침체기에는 정부가 등을 떠밀어도 지방 택지입찰에 들어오는 건설사가 없다. 적절한 시행 시기를 놓친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 개발사업이 대형건설사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성이 양호한 수도권 개발사업은 대형건설사들이 독점하고, 중견·지방업체들은 지방의 미분양 사업장만 떠앉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는 어차피 지방 택지 분양에 소극적이다. 자칫 수도권은 빼고 분양경기가 안 좋은 지방에선 벌떼입찰을 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순기능에 주목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위례, 광교 등 신도시에 대형건설사의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벌떼입찰 때문"이라며 "설계혁신을 촉진하는 경쟁 방식의 입찰이 늘어나면 대기업의 참여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위례신도시를 방문해 "1사 1필지 제도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벌떼입찰 또는 소수의 불법업체들이 공정한 거래질서를 조롱하는 것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익적인 명분이 크다"며 "시간이 걸려도 땅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공정질서는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