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에게 소극장 공연의 의미

머니투데이 홍동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9.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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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직팜사진=뮤직팜


뮤지션 이적에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소극장 공연'이 아닐까 싶다. 그에게 '소극장'은 뮤지션과 관객의 가장 가까운 소통 창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됐다.



코로나 여파로 대면 공연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9월 25일 마무리된 그의 소극장 콘서트 '흔적'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2018년 전국 투어 이후 약 4년 만에 개최한 이적의 이번 소극장 공연은 9월 16일부터 2주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총 7회 진행됐다. 익숙하고 아담한 공연장, 관객들은 뮤지션의 호흡소리까지 느낄 수 있고, 가수 역시 팬들의 표정, 눈빛으로 일일이 소통이 가능한 무대. 이적은 언제가 소극장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적은 패닉 시절을 거쳐 솔로로 데뷔한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로 등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직접 기타를 메고, 피아노를 치고 열창하는 그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체험했다면, 다시 그의 무대를 찾게 된다. 이것이 그가 지금껏 '소극장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적의 '소극장 콘서트'는 공연계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2004년부터 '아담한 콘서트', '적군의 방', '나무로 만든 노래'라는 제목으로 전석 매진 신화를 이어가며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7년 대학로에서 열린 '나무로 만든 노래' 소극장 콘서트는 공연사에 대기록을 세웠다. 총 25회 공연 1만3000여명이 관람했다. 입석표까지 동나 암표가 나돌았을 만큼 이적의 소극장 공연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이후 추가 공연은 흔한 일이 되었고,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적이 소극장 투어를 지속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도 이 시기로 전해진다.

사진제공=뮤직팜사진제공=뮤직팜
2000년대 중반 공연계가 불황이던 시절, 이적의 소극장 콘서트의 성공은 다른 '톱가수'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이 시기 많은 톱스타들이 '작은 공연'을 표방하며 작은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소극장 콘서트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1990년대 김광석의 공연이 대학로 학전소극장 공연을 대표하던 것과 같이, 2000년대 이적의 공연도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소극장 공연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적은 당시 김광석을 상징하던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의미를 더했다. 그해 그는 1년간 12개 도시에서 총 66회 공연을 통해 약 3만여 석의 좌석이 전석 매진되진 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2022년 올 가을 막을 내린 소극장 공연의 타이틀은 '흔적'이다. 그가 단골로 공연을 해오던 서울의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이번에도 약 5000여명의 관객과 함께 '흔적'을 남겼다. 지난 2020년 계획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된 공연이기에 그에게는 이번 공연이 어떤 공연보다도 더욱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기타를 메고, 피아노에 앉았고 2시간이 넘은 러닝타임 내내 노래와 연주, 그리고 남다른 입담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무대를 이끌었다.

흔적은 쉽게 지워지고 잊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적과 관객이 함께 새긴 흔적은 그의 말대로 대단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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