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회장 장남, 배우자 증여로 2년 만에 녹십자홀딩스 지분 확대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9.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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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난 녹십자 창업주의 장남이 2년 만에 지주회사 지분을 늘렸다. 부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서다.

허영섭 회장 장남, 배우자 증여로 2년 만에 녹십자홀딩스 지분 확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최근 부인 박혜연 씨로부터 녹십자홀딩스 주식 2만1100주를 증여받았다. 액수로 약 3억9000만원 규모다. 증여 후 박혜연 씨의 녹십자홀딩스 보유주식은 0이 됐다. 반면 허 전 부사장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주식은 31만485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0.62%에서 0.66%로 올랐다.

허 부사장의 녹십자홀딩스 (15,220원 ▼30 -0.20%) 보유주식이 늘어난 건 약 2년 만이다. 허 전 부사장은 창업주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이자 허은철 녹십자 사장(차남)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삼남)의 형이다. 녹십자는 현재 허 전 부사장의 두 동생과 숙부인 허일섭 회장이 이끌어가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은 2009년 별세한 부친이 유언장에 장남을 유산 상속에서 제외한다고 남기면서 후계 경쟁에서 밀렸다.



이후 허 전 부사장은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냈고 승소해 2014년 목암연구소, 미래나눔재단 등으로부터 녹십자홀딩스 주식 46만3551주를 돌려받았다. 이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장내 매수했다. 그 결과 2014년 초만해도 0%이던 허 부사장의 지분율은 2016년 말 1%가 넘었다. 당시 두 동생의 지분율도 2%대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허 전 부사장은 2017년 보유하던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급작스럽게 매도했다. 주식 매도는 2018년까지 이어졌고, 그의 지분율은 1.07%에서 0.61%로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함께 보유했던 녹십자엠에스, 녹십자 지분도 모두 정리했다. 2년 후인 2020년 약 3300만원을 들여 녹십자홀딩스 2000주를 장내 매수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허 전 부사장이 돌연 증여를 통해 지분을 확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박혜연 씨는 배우자에 지분을 증여한 뒤 녹십자홀딩스 주식 총 1500주를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경영권, 장기투자 등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자는 녹십자의 후계승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다. 녹십자에는 허 회장 장남인 허진성 상무도 근무 중이다. 지분율은 1% 미만이나 허 회장이 힘을 실어주면 판세가 달라진다. 후자는 녹십자홀딩스가 최근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데다, 지난 5년간 평균 배당수익률도 1.2%에 불과해서다. 단기차익 실현이 불가하단 증여 특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배우자에 증여할 경우 6억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며 "증여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취지 하에 증여일로부터 5년 내 증여물을 매도하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게 했다"고 전했다. 다만 녹십자홀딩스 관계자는 "개인 간 증여로 사유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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