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한 인천대학교의 아침밥 식단./사진=인천대학교
서울 H대에 다니는 대학생 이아연씨(22, 가명)의 말이다. 그는 평소 아침 밥으론 삼각 김밥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점심도 편의점에서 자주 때운다. 커피도 1500원 이하로, 아주 피곤할 때만 먹는다고 했다. 이씨는 "대부분 대학생들이 그렇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하는 식비가 항상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씨는 "우리 대학도 1000원짜리 학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친구를 부러워했다.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가 학생 식당(이하 학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학생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와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이 물가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을 500~1000원 올렸다. 홍익대와 경인교대 등도 인상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가격을 올린 서울대 학식은 비싸게는 7000원까지 받고 있다. '학식 = 착한 가격'이란 공식이 무너지며 학생들 부담도 커졌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결식률이 높은 학생들을 위해 시작됐다. 쌀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2017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혜택 목표 인원도 8000여명에서 올해 51만명으로 늘었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성균관대 대학생 김지현씨(20, 가명)는 "아침밥을 안 먹다가 1000원이면 삼각김밥보다도 싸고, 가격 부담이 없어서 먹기 시작했다"며 "식단도 좋고, 확실히 아침을 먹으니 하루 시작에 힘이 나더라"라고 했다. 배화여대 대학생 최승연씨(21, 가명)도 "아침을 원래 먹는 편이어서, 저렴한 가격에 밥을 먹으니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국 330개 대학 중 10%도 안 돼…"우리 학교도 1000원 아침밥 해주세요"
그러다 보니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한 학교 학생들만, 저렴한 가격에 학식을 먹게 됐다. 이에 참여하지 못한 학교 학생들도 1000원짜리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해달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Y대에 다니는 송주연씨(22, 가명)는 "어떤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저렴한 아침밥을 먹고, 그렇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며 "대다수 대학생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데, 아침밥 사업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권연대국장은 지난 7일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기자회견에서 "그러나 비싼 등록금, 생활비 등을 직접 마련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500원 비싸진, 앞자리 숫자가 바뀐 학식이 주는 부담은 정말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과 정부는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