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되는 러시아인들과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23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BBC·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곳곳에선 징집 버스에 오르려는 예비군들과 배웅을 위해 함께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의 네륜그리 입영센터로 추정되는 종합운동장 건물 앞 영상도 있다. 이곳에 소집된 사람들은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침울하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고, 슬픔을 감추려고 입을 가린 사람도 있었다. 수도인 모스크바 입영센터에서 촬영된 영상에선 한 여성이 징집되는 남성의 몸에 성호를 그으며 눈물을 쏟았다.
러시아 곳곳에서 예비군 징집이 이뤄지면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위터 캡처
한 남성은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오후 3시까지 입영센터로 오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군 동원령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이들은 가족들과 인사할 기회도 없이 구치소에서 징병 통지서를 받아 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구치소에 있는 시위자들에게 징집 명령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38개 지역에선 동원령 반대 시위 도중 약 1400명이 체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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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 21일 군 동원령을 발동한 가운데 반대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 / ⓒ AFP=뉴스1
러시아와 조지아 국경 검문소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 기다리는 모습. 러시아 정부가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자 징집 대상인 남성들을 포함한 러시아인들이 육로 국경을 통해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 직후 아무런 짐도 챙기지 않고 여권만 들고 국경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29세의 예비군 상사인 한 남성은 "정부의 동원령이 떨어지자마자 징집 대상 1순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재빨리 물건만 챙겨 카자흐스탄 접경지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출산 예정인 아내를 집에 남겨 두고 떠나는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언제 돌아올 지 기약할 수 없지만 푸틴 때문에 전쟁터의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카자흐스탄·몽골 국경 방면으로도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세르비아 등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로 가는 항공편은 매진된 지 오래다. 모스크바에서 두바이로 가는 가장 싼 비행기표 가격이 30만루블(약 736만 원)까지 치솟았다.
아르메니아 예레반 인근 즈바르트노츠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한 러시아 남성/ⓒAP=뉴시스
연설 공개 후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부분 동원령에 따라 예비군 200만명 가운데 최대 30만명이 동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투입한 것으로 추산되는 군병력 18만명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동원령 발표 후 소집 통지를 보내기 전에 약 1만명이 자원 입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