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너까지 왜 이래…믿고 사들였던 최고 안전자산의 '배신'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9.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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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안전자산인 줄 알았는데…'金의환향 시대 끝났나'

편집자주 올해 초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金' 너까지 왜 이래…믿고 사들였던 최고 안전자산의 '배신'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투자자들은 뭉칫돈을 싸들고 앞다퉈 금을 사들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 압력에 경기침체 공포가 더 커졌지만 오히려 금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안전자산=금'이란 공식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상승하는 현재 금값의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0.32%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168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고점인 지난 3월8일(2043.3달러) 보다 약 18% 하락한 수치다.



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올해 초 인플레이션 대피처로 꼽히면서 그 값이 계속 상승해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고공행진했다. 올해 초인 지난 1월3일 트로이온스당 1880.1달러였던 금 가격은 3월 2000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거센 금리인상 기조가 금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과거 금융위기 국면에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이 '최후의 기축통화'로 주목받으며 가격도 상승했다. 지금은 미국의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자 금값 대한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실질금리와 금값은 역사적으로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최근 1년 들어 미국의 실질금리 지표로 사용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통계(FRED)에 따르면 지난해 9월21일 국채금리 수익률이 -0.96%였던 반면 올해 9월21일엔 1.13%까지 올라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차 역전으로 부각되는 경기 침체 우려는 금과 은 가격의 장기 하방경직성을 지지한다"며 "공격적인 긴축 속 실질금리 상승세가 당장은 명목금리의 상방 압력을 높이고 고질적인 경기 침체 우려까지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金' 너까지 왜 이래…믿고 사들였던 최고 안전자산의 '배신'
떨어지는 금값에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금 ETF인 KODEX 골드선물(H) (13,910원 ▲160 +1.16%)는 올해 초(1월3일)부터 지난 22일까지 10.23%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금 ETF인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 ETF'(IAU)도 같은 기간 동안 7.38% 떨어졌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9년을 기점으로 금 ETF가 상승했으나 금리 상승과 함께 연초 이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SPDR 골드 쉐어즈'(GLD), IAU 등에서 모두 최근 1년 동안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지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강도와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앞으로도 금값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번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9월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전망하는 연준 인사들의 비율은 90%가 넘었다.

기타 국가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도 투자자들의 금 수요 위축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증권가에선 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기 전까진 금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원은 "연준 점도표 상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이 마무리되고 덜 공격적인 긴축이 진행될수록 금 가격에 대한 하방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며 "단기 가격 하방 변동성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귀금속 투자에 대한 장기 비중 확대 시기를 조율할 걸 권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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