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펄프가격…고통 심화되는 제지업계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2.09.2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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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페이퍼 진주공장 내부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무림페이퍼 진주공장 내부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종이원료인 펄프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제지업계 고통이 커지고 있다. 국제 펄프 가격이 세달째 1톤(t) 당 1000달러를 넘으면서 원자재 비용 압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펄프 가격 가격 상승폭은 지난해말 대비 50%를 넘어선다. 제지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주요 제품 단가를 인상해 비용 부담을 완화했지만 펄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3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매월 공개하는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1톤당 1030달러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이다. 펄프 가격은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2월 1톤당 655달러에서 7개월 만에 57%나 급증했다. 펄프 가격이 1000달러를 넘어선 건 2008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올해 급등한 펄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펄프 가격은 지난 7월 1톤당 1010달러를 넘어섰고 이달까지 3개월째 1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원자재인 목재 가격도 덩달아 오른 탓이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영향이 줄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펄프 수요가 늘었지만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전쟁도 악영향을 미쳤다.



주요 조림지인 인도네시아와 호주 홍수, 캐나다 대형 산불 등으로 펄프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밖에도 올해 글로벌 펄프 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큰 핀란드 등 주요 업체들의 파업 등 생산중단도 영향을 미쳤다.

원재료인 목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펄프 공급단가도 인상됐다. 원화 기준으로 비용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천장 뚫은' 펄프가격…고통 심화되는 제지업계
제지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까지 펄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적이 거의 없었다"며 "펄프 가격은 국제 시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개별 업체들은 단가 인상 이외에 손 쓸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펄프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지업계는 추가 단가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초 제지업체들은 펄프 가격에 맞춰 두 차례나 단가 인상을 단행한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 인쇄용지 부문 단가는 지난해 대비 24%, 산업용지는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림페이퍼는 상반기 인쇄용지 평균 단가를 23%가량 인상했다.

주요 제지업체들은 공급 단가 인상으로 올해 상반기 반짝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펄프 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펄프 가격은 1톤당 600~700달러 수준이다. 펄프 이외에도 주요 부자재인 옥수수 전분 가격 압박도 제지업계 발목을 잡는다. 옥수수 전분은 인쇄용지와 아트지 등의 코팅에 쓰이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제지업계는 펄프 가격이 내년 초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펄프 가격이 더 오르게 될 경우 제지업계는 채산성 악화로 공장을 가동할 수록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수급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펄프 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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