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올해 급등한 펄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펄프 가격은 지난 7월 1톤당 1010달러를 넘어섰고 이달까지 3개월째 1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원자재인 목재 가격도 덩달아 오른 탓이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영향이 줄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펄프 수요가 늘었지만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전쟁도 악영향을 미쳤다.
원재료인 목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펄프 공급단가도 인상됐다. 원화 기준으로 비용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펄프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지업계는 추가 단가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초 제지업체들은 펄프 가격에 맞춰 두 차례나 단가 인상을 단행한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 인쇄용지 부문 단가는 지난해 대비 24%, 산업용지는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림페이퍼는 상반기 인쇄용지 평균 단가를 23%가량 인상했다.
주요 제지업체들은 공급 단가 인상으로 올해 상반기 반짝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펄프 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펄프 가격은 1톤당 600~700달러 수준이다. 펄프 이외에도 주요 부자재인 옥수수 전분 가격 압박도 제지업계 발목을 잡는다. 옥수수 전분은 인쇄용지와 아트지 등의 코팅에 쓰이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제지업계는 펄프 가격이 내년 초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펄프 가격이 더 오르게 될 경우 제지업계는 채산성 악화로 공장을 가동할 수록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수급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펄프 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