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1년 10개월 만에 꺾였다...물가 정점 '청신호'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9.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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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1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공산품 가격이 내린 영향이다. 통상 소비자물가의 한 두 달 선행하는 생산자물가가 내리면서 정부가 제시한 10월 '물가 정점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2(2015년=100)로 전월대비 0.3% 내려 (-0.4%)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올 4월 1.6%까지 올랐다가 5월(0.7%)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 6월과 7월 각각 0.6%, 0.3%로 상승폭을 줄여왔다.



1년 전 대비로는 8.4% 올라 21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도 지난 6월(10.0%)에 이어 7월(9.2%) 등으로 두 달 연속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대비 0.3% 감소하고,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식료품은 전월대비 1.3% 상승했고, 신선식품은 5.5% 올랐다. 에너지는 전월 대비 1.3% 하락했고, IT는 0.2% 하락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품목별 등락률을 보면 공산품이 1.4%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8.6%), 화학제품(-2.4%) 등이 국제유가가 내린 영향을 받았다.

다만 나머지 부문에선 모두 오름세가 나타났다. 농림수산품 물가는 수산물(-0.5%)이 소폭 내렸으나, 농산물(3.8%), 축산물(2.1%)이 올라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기상 여건이 나빠지며 일부 채소의 출하량이 감소하고 추석을 앞둔 영향 등으로 농축산물이 오른 영향이다.

서비스는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0.9%), 금융 및 보험서비스(0.9%) 등이 올라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도시가스를 중심으로 3.6%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 가운데 배추(32.1%)와 시금치(31.9%)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물오징어(-13.4%)와 갈치(-31.2%) 가격은 내렸다. 공산품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유(-8.2%)와 나프타(-10.8%)가 내렸다. 서비스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 영향으로 국내 항공여객(11.4%)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 내렸다. 2020년 11월(-0.2%) 이후 1년 9개월 만의 하락이다. 원재료(-5.8%), 중간재(-0.7%), 최종재(-0.1%)가 모두 내린 영향이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8월 총산출물가지수는 0.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0.2%) 이후 8개월 만의 내림세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산지에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보다 한두 달 정도 선행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흐름, 기저효과 등을 근거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정점을 찍고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지 않을까,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10월 정점론'이 현실화하더라도 물가가 단기간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 물가 상승률은 내려가도 둔화 폭이 크지 않아 당분간 절대적인 수준에서의 고물가 상황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5~6%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향후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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