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 인터넷
중국은 직접선거가 없는 등 정치체제가 낙후된 권위주의 국가지만,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20~30년에 걸쳐 일관성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산업 정책이다. 특히 한국 원전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원전 산업이 급격히 수축됐다가 최근 다시 회복되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중국 입장에서는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뒤늦게 내연기관차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독일·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도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순위는 폭스바겐, 토요타, 제너럴모터스와 중국기업의 합자회사가 휩쓸고 있지만, 전기차는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을 살펴보자.
중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은 미래 성장산업을 선점해,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에너지 절약,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고려도 컸다.
지난해 중국은 5억1298만톤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하며 원유 대외의존도가 70%를 초과했다. 중국에서 매년 생산하는 원유량은 약 2억톤에 불과하다. 막대한 수입액도 문제지만, 원유 수입이 막히면 경제가 '올 스톱' 되기 때문에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원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중국은 2020년 11월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2021~2035년)'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25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을 20%까지 끌어올리고 2030년에는 30%, 2035년에는 50%로 올리겠다는 야심찬 로드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3년 빠른 올해 전기차 침투율 20% 돌파가 확실시된다.
30% 돌파를 앞둔 전기차 침투율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전기차 침투율 30%도 빠르면 2023년 또는 2024년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전기차 보유량도 1000만대를 돌파했다. 약 3억대에 달하는 중국 자동차 등록대수의 3%가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늦어도 2035년까지는 절반인 1억5000만대가 전기차로 바뀔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세도 놀랍다. 특히 BYD는 올해 3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한 이후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8월 BYD는 전기차 17만5000대를 판매하며 3월 이후 6개월 연속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중국 브랜드가 장악한 중국 전기차 시장 중국 내연기관차 시장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자동차기업의 합자회사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은 중국 브랜드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올해 1~8월 중국 전기차(승용차) 판매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기업이 9개에 달한다. 3위를 차지한 테슬라만 외국 기업이다.
테슬라는 약 24만대를 판매하며 3위를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7.4%에 그쳤다. 지리자동차, 치루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등 내연기관차에서 입지를 다져온 중국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전동화하며 대거 10위권에 진입했다.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따돌린 것이다.
BYD는 지난 8월 17만3977대를 팔아 치우면서 중국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도 중국 이치(一汽)자동차와 폭스바겐의 합작사인 이치폭스바겐(16만2470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동화 추세를 타고 중국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 19일 우리나라 기재부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은 "전기차 산업이 전면적인 시장화 확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전기차 산업 발전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가장 먼저 내세운 건 '명확한 발전 방향과 정책 체계'다. 중국이 전기차를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주요 공략 방향으로 삼고 전기차 발전계획을 일찍이 제정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리고 잘 갖추어진 전기차 공급망과 세계 최대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을 나머지 이유로 들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과정은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