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첨예한 과거사 해법도 결국 '과학'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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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09.22.[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09.22.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이야기다. 1943년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미국과 일본은 '타라와 전투'를 벌였다. 제3국의 전쟁에서 한국인 유골이 확인된 건 201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유전자 정보) 분석기술을 통해 76년 만에 유골의 신원을 확인했다.



일본은 그전까지 타라와 전투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강제징용 피해를 입었다고 추정하는 유가족과 타라와 유골 한 구의 DNA는 99.999% 친족관계로 나타났다. 한미일 3국이 재차 실시한 DNA 분석결과도 일치했다.

갈등이 첨예한 과거사 문제가 과학으로 풀린 것이다. 현재 국과수가 DNA를 분석할 수 있는 최소량은 40억분의 1g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과거에는 밝혀지기 어려웠던 진실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었다. 정상회담 막판까지 한일 양국이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입장 차이가 첨예할수록 '과학적 사실'은 중요해진다. 비단 과거사 뿐만 아니라 양국의 갈등 요소는 즐비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만들어진 '오염수'를 일본은 현재 '처리수'라고 부른다. 오염수와 처리수는 엄연히 다른 표현이다. 오염수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예민한 문제다. 이 역시 과학적 분석과 근거, 사실관계를 따져서 대응해야한다.

총성 없는 외교·역사 문제에서 승리의 조건중 하나가 바로 과학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행보는 반대로 간다.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 상당수가 인력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멈춰야할 판이다. 손자병법에는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란 말이 나온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놓고 싸운다'는 의미다. 과학에 대한 존중, 인적자본 축적 없이 과학기술 강국이될 방법은 없다.


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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