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한 들녘에서 농부 유덕호씨가 8ha 규모에서 재배중인 가루쌀(바로미2호) 생육상태를 살펴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가루쌀 벼 꽃 사진.
농부 유덕호씨가 자신이 직접 재배중인 가루쌀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혁수
쾌청한 가을 하늘이 인상 깊었던 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산북동 들녘. 인근 농지에서 8ha 규모로 가루쌀 농사를 짓고 있는 온누리영농조합법인 유덕호 대표를 만났다. 유씨는 "원래는 부근에서 30ha 규모로 신동진 쌀을 생산했는 데 우연히 가공용쌀 전문 품종인 '바로미2'을 알게 돼 3년전부터 전체 농지중 8ha에 가루쌀을 경작하고 있다"며 "올해 비도 많이 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 데 지금 보는 것처럼 작황이 굉장히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이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와 식량안보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고품질 가루쌀 생산을 위한 현장 농가들의 노력이 더해지고 우수 품종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노력도 한창이다. 또 비싼 수입 밀가루 대신 가루쌀을 가공한 쌀가루로 빵을 만들거나 혹은 파스타를 만드는 동네 빵집, 레스토랑 등도 많아지고 있다.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가 지난 20일 가루쌀을 원료로 만든 제빵제품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가루쌀은 주변에서 보는 벼와 재배 방식이나 형태는 동일하지만 그 성질은 밀과 비슷해 밀가루 공정 방식으로 빵·면·맥주 등의 제조에 사용된다. 일반 맵쌀을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든 빵은 식감이 상대적으로 퍽퍽하다는 단점이 있는 데 반해 가루쌀은 밀처럼 바로 빻아 반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감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밀가루 대체효과가 크다.
또 기존 쌀과 달리 주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고, 밀 제분 설비에서 대량 생산도 가능해 쌀가루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가루쌀 품종은 병에 강하고 생육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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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올해 100ha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분질미 재배면적을 4만2000ha로 확대, 수입 밀가루 대체를 위한 가루쌀 생산을 2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바로미2' 등과 같이 생산성과 재배 안정성이 향상된 가루쌀 품종을 개발해 떡·빵·과자 제조에 활용함으로써 쌀가루 소비를 한층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쌀(바로미2호)과 가루쌀을 빻아 만든 백색가루. 가루쌀은 가공용으로 개발한 쌀 종류로써 전분구조가 치밀한 일반 쌀과 달리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잘 부선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2022년 가루쌀 재배면적은 100ha에 달한다. 이중 전북이 52ha로 제일 크고, 전남 31ha, 경남 9ha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과 충남, 경북 등에서도 가루쌀이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사진은 전북지역 한 가루쌀 전문재배단지 전경.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벼 농사 중심인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공급 과잉이지만 소비 비중이 높은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 측면에서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가루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해 수입 대체효과와 식량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