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완성차 1번지' 獨 생산원가 폭등에...K배터리 '비상'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9.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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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완성차 1번지' 獨 생산원가 폭등에...K배터리 '비상'


독일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대비 45.8% 급등했다. 전월대비 7.9% 올랐다.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제조원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독일은 유럽 최대 제조업 국가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주요 완성차 공장들도 밀집했다. 유럽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 완성차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이탈리아·체코 등 주변국보다 앞선다고 평가를 받는다. 독일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주요 완성차그룹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스텔란티스 △테슬라 △포드 등이다. 이들 모두가 현재 독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거나 양산을 계획 중이다.



또한 이들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 가운데 최소 1곳 이상과 배터리 납품 관계를 맺고 있다. 폴란드·헝가리 등 동구권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한 3사도 영업·마케팅 활동의 거점을 독일에 별도로 마련했을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줄츠바흐에 유럽 마케팅법인 본부를 뒀다. 삼성SDI는 뮌헌·드레스덴·브라운슈바이크 등지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내년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에 대한 보조금과 기업이 구매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순수전기차(EV)에 대한 보조금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추세다. 완성차업계를 선도하는 독일의 움직임으로 유럽 내 주요 국가들도 유사한 행보를 걷는 분위기다.



보조금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생산원가 확대에 따른 전기차 값 상승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소비자 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 전년대비 0.9%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다 6월 인상률 8.5%를 기록했다. 7월(10.4%)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내다 올 3월부터는 매월 30%대를 나타내왔다.

폭스바겐의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 'ID.3'가 제작되는 폭스바겐 독일 츠비카우 공장 /사진=폭스바겐폭스바겐의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 'ID.3'가 제작되는 폭스바겐 독일 츠비카우 공장 /사진=폭스바겐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 등 중화권 기업들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탄소중립 요구에 발맞춰 전기차가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제 아래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확대해온 상태기 때문에, 독일 및 유럽 전역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생산원가 상승의 원인은 코로나19 확산과정에서의 물류비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꼽힌다. 지속적인 물류비 상승으로 전년보다 10%대 인상률이 나타나게 됐다. 전쟁 발발 이후에는 러시아가 독일에 수출해온 천연가스 공급량을 눈에 띄게 줄이고 급기야 전면 차단하면서 독일 내 에너지 원가가 폭등해 주요 생산설비의 원가 부담이 큰 폭으로 뛰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오일쇼크 당시 수준의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노동계는 높아진 물가만큼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상황"이라면서 "정치·외교적 사안에 기인한 문제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딱히 손을 쓸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배터리는 5~10년 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설비·시설 투자를 감행한다"면서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시대적 흐름이 역행하진 않겠지만, 유럽지역의 보급 속도가 과도하게 감소하면 직·간접적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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