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낙수효과'까지 필요한 때가 온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2022.09.2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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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는게 새로운 건 아니다.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한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곧 풀어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현 시점에서는 검토, 협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 '당장'은 아니었다.

다만 정부는 "시장 상황을 종합 감안해 언젠가는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고 추 부총리도 "조급하게 나간 소식"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산 부자들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지만 '부자들의 낙수효과'를 기대해야 할 때가 조만간 필요한 것처럼 들린다.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1년만에 3.5%를 넘었다. 1년전엔 1.5%였다. 단기물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2년물은 4%를 넘보고 있다. 1년전만해도 0.1%밖에 이자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론스타 배상비용 계산에 등장하는 1개월물은 2.5%를 훌쩍 넘었다. 과거엔 거의 0%였다.

미국 국채는 세계 1위 국가인 미국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장한다. 한국 정부가 돈을 빌리려면 이보다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는 한국 정부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한국 국채와 회사채 금리 상승은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달러값도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환율 상승→원자재값 상승→비용 증가→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값 상승은 이제 시작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8분 연설'이후 강한 '매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속으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양적긴축도 진행중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기 위해 푼 유동성(달러)를 줄이고 있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한달에 475억달러 규모로 양적긴축을 진행했는데 이달부터는 950억달러로 긴축 정도를 강화했다. 지금까지 달리 연준이 본격적으로 양적긴축을 진행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달러가 사라지니 달러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사실상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만기연장, 상환유예 지원을 받은 금융권 잔액은 1월말 기준으로 133조3000억원에 이른다.

일괄적인 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는 △맞춤형 특례자금 지원(41조2000억원) △고금리 대출 대환 프로그램(8조5000억원) △새출발기금(30조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자영업자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지만 장기모기지인 안심전환대출도 자영업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연장 불가'를 외쳤던 금융당국이 돌아선 건 정치권의 압박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가 이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와 직면하고 있어서다. 부실 폭탄이 터지는 걸 늦추는 것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3고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우산까지 뺏으라고 다그칠 금융당국을 생각하기 어렵다.

[광화문]'낙수효과'까지 필요한 때가 온다


자영업자뿐이겠는가. 고금리는 '돈'이 필요한 모든 사람과 기업, 고환율은 '달러'가 필요한 모든 사람과 기업, 고물가는 모든 사람과 기업이 직면하는 어려움이다.

자유주의 시장 경제에만 맡겨두기엔 다가올 경제 침체 우려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재정을 풀어 해결하려다가는 물가상승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가 '돈' 대신 각종 규제를 풀어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을 고민중인 건 당연한 수순이다.

누가 뭐라도 해도 정부가 '낙수효과'를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돈과 달러가 많은 부자와 기업과 금융회사가 나설 때도 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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