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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판교에 나타난 '피해 호소인'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9.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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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메뉴를 주문한 뒤 맛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양이 적으면 불만을 얘기할 수는 있다. 가게 주인은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사과하고, 손님은 개선을 기대하거나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으면 된다. 음식점 후기 사이트에 악평을 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문을 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흔히 용인되는 소비자의 권리 수준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같은 메뉴를 파는 옆 가게보다 양이 적다면서 성을 내고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겁박하고, 음식값을 낼 수 없다며 이미 결제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돈값도 못하는 음식이라며 가게 앞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인다. 이런 경우를 통상 '진상' 내지는 '갑질'이라고 일컫는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42,650원 ▲1,400 +3.39%)의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벌이는 일련의 시위와 집단행동은 후자에 가깝게 보인다. 게임 내 중요한 공지를 지연하는 등 한국 우마무스메 운영이 일본에 비해 미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교에서 마차시위를 벌이고 각종 앱마켓에 별점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저들의 결제 영수증을 모아 환불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일부 유저는 이미 1100만원짜리 법무법인 자문계약도 체결했다.



지난 17일 카카오게임즈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유저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자신들의 '피해'를 인정하라는 것. 카카오게임즈가 이를 인정했다면 다음 수순은 자연스레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돈을 내고 게임 내 재화를 결제했는데 그 효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걸 피해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콘텐츠와 같은 청약상품은 구매 즉시 적용되거나, 개봉행위 자체를 사용으로 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이나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서도 이미 사용한 게임 아이템이나 재화는 환불이 불가한 대상으로 엄격하게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소비자로서 느낄 수 있는 불만을 표출하는 것과 이미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냈던 돈을 돌려달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용인되는 범주를 넘어서 자신들의 불만을 '피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피해 호소인'이라 불려야하지 않을까.

[기자수첩] 판교에 나타난 '피해 호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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