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힌남노 상륙 전 공장가동 중지, 최악의 참사 막아"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9.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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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지하설비 복구 작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포스코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지하설비 복구 작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 전 포항제철소 생산을 중단해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 상당부분이 물에 잠겼음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고로 가동도 재개할 수 있던 것은 철저한 사전 대비가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일 포스코는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해 "유례없던 초강력 태풍이라는 예보에 기존에 구축하고 있던 자연재해 대비 매뉴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재대책을 수립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상세히 점검했는데, 혹시 모를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처음으로 전 공정의 가동을 중지시키고 사전에 전원을 차단했다.



박찬형 포항제철소 생산관제섹션 리더는 "태풍에 대비한 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특단의 대책으로 만에 하나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을 대형 설비 사고와 인명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다"면서 "예상치 못했던 냉천 범람 수해로 제철소 대부분이 침수된 상황에서도 제철소 내 수만 대의 모터의 합선으로 인한 손상을 막을 수 있었으며, 고로도 조기 정상가동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포항제철소 전기설비 최고 권위자인 정규점 포스코 명장(2020년 선정)은 "제철소에는 모터·변압기·차단기 등 수만 대의 전력기기가 있는데 만약 가동 중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합선·누전 등으로 설비가 소손돼 전기설비의 생명이 다했을 것"이라며 "가동을 미리 멈춘 덕분에 전기적 사고가 거의 없어 세척·건조 등의 복구작업을 통해 빠른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포스코는 고로 휴풍 돌입에 따른 대비책도 사전에 마련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장시간 가동을 정지할 경우 고로 안에 담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입이 발생하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손기완 2제선공장 공장장은 "휴풍하기 전 고로 내부의 고열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고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열원(熱源)인 코크스 장입량은 늘리고, 철광석 양은 줄이는 작업을 진행해 장시간 휴풍에도 쇳물이 굳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곳은 압연라인이었다. 압연라인이 가동 중 침수되면 압연 롤 손상, 가열로 폭발, 가열로 내화물 손상, 판재 끼임 현상 등이 순차적으로 벌어진다. 장기간 조업 재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던 셈이다. 3후판공장 가열로 내부 온도는 1300℃에 달한다. 침수로 설비에 물이 들어가면 폭발 위험성도 크다.


현장 직원들은 사전에 가열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설비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으며, 냉각수 순환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내부 온도를 미리 떨어뜨렸다.

3후판 장명훈 공장장은 "태풍으로 인해 돌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직원들의 발 빠른 노력으로 가열로의 내화물 및 설비를 보호할 수 있었고, 원활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배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전원 공급 복구는 약 70%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지난 12일부터 철강 반제품 생산을, 15일부터는 3전기강판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17일에는 2전기강판공장 일부 공정의 가동이 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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