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형 포항제철소 생산관제섹션 리더는 "태풍에 대비한 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특단의 대책으로 만에 하나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을 대형 설비 사고와 인명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다"면서 "예상치 못했던 냉천 범람 수해로 제철소 대부분이 침수된 상황에서도 제철소 내 수만 대의 모터의 합선으로 인한 손상을 막을 수 있었으며, 고로도 조기 정상가동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포스코는 고로 휴풍 돌입에 따른 대비책도 사전에 마련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장시간 가동을 정지할 경우 고로 안에 담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입이 발생하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곳은 압연라인이었다. 압연라인이 가동 중 침수되면 압연 롤 손상, 가열로 폭발, 가열로 내화물 손상, 판재 끼임 현상 등이 순차적으로 벌어진다. 장기간 조업 재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던 셈이다. 3후판공장 가열로 내부 온도는 1300℃에 달한다. 침수로 설비에 물이 들어가면 폭발 위험성도 크다.
현장 직원들은 사전에 가열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설비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으며, 냉각수 순환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내부 온도를 미리 떨어뜨렸다.
3후판 장명훈 공장장은 "태풍으로 인해 돌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직원들의 발 빠른 노력으로 가열로의 내화물 및 설비를 보호할 수 있었고, 원활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배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전원 공급 복구는 약 70%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지난 12일부터 철강 반제품 생산을, 15일부터는 3전기강판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17일에는 2전기강판공장 일부 공정의 가동이 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