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격한 파업 벌이는 노조에만 유리한 '노란봉투법'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9.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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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경영계에서 나온 요구사항 중 하나는 노사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전임 정부가 임기 중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개인사업자로 여겨지던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등 노조의 단결권을 폭넓게 인정한 반면, 사측의 대항권은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들고나오자 경영계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다.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 근로자의 파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노동조합이 쟁의 주체가 돼야 하고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돼야 하며, 정당한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방법으로 파업을 해야 한다. 이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현행법도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주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은 면책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거나 공장 문을 닫아 사업에 차질을 주더라도 직접적인 폭력이 없다면 손해배상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고,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어도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못하게 했다.



시민단체 '손잡고'가 지난 2020년 말 펴낸 '노동권과 손배 가압류-소송기록 분석 자료집'을 보면 2020년 기준 노조 대상 손해배상 소송 59건 중 58건(98.3%)이 민주노총 사업장이었다. 과격한 파업을 벌이는 일부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 법은 민주노총의 사무실 점거 등 불법행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영계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 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불법쟁의가 발생해도 노사간의 갈등이라며 공권력 투입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파업이 끝나면 무마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응 수단 자체를 없애버리면 회사가 노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법이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관점이 아니라 일방적인 가해자 보호의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체와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수사기관 신고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사실상 피해회복의 유일한 방법을 차단한다"고 했다.


경총은 이날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9.8%는 노조 활동이라도 불법행위는 안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법안을 반값 교통비 지원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쌀값 정상화법 등과 함께 '22개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강행할 태세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선다고 한다.
[우보세]과격한 파업 벌이는 노조에만 유리한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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