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로드웨이 '오페라의 유령', 35년만에 막 내린다

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2.09.2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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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공연 재개를  안내하는 홈페이지 화면 /사진=오페라의 유령 홈페이지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공연 재개를 안내하는 홈페이지 화면 /사진=오페라의 유령 홈페이지


뉴욕 브로드웨이 사상 최장 공연 기록을 세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35년 만에 막을 내린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다시 불이 켜졌지만, 관객 감소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은 내년 1월 35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2월18일 브로드웨이 마지막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연진, 제작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난 16일 이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웨이의 변함없는 상징물 역할을 했던 오페라의 유령이 곧 막을 내린다는 소식에 미 현지 언론들은 '팬데믹을 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파괴적인 팬데믹 봉쇄가 풀린 지 약 1년 동안 브로드웨이 극장의 관객수는 완전히 반등하지 못했다"며 "오페라의 유령은 높은 주간 운영비용을 충당할 만큼 표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폐막까지 계획되로 공연이 진행된다면 오페라의 유령은 브로드웨이에서 총 1만3925회의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그동안 브로드웨이에서 폐막된 뮤지컬 중 롱런 기록을 세운 작품들은 △캣츠 (7500회) △레미제라블 (6691회) △코러스 라인(6137회) 등이 있다.

브로드웨이리그 집계에 따르면, 오페라의 유령은 1988년 1월26일 브로드웨이 공연 개막 이후 총 1980만명이 관람했으며 13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9월11일 기준으로 한 주 동안 86만7997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대규모 출연진과 오케스트라, 세트 등이 필요한 대형 뮤지컬을 운영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역사상 전설적 인물들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버 웨버와 할 브린스 감독,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듀서가 제작한 1980년대의 상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2018년 제작진들은 악보 일부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투영하는 라이트 쇼를 통해 30주년을 축하하기도 했다.

1986년 런던에서 첫 공연이 시작된 이래 전세계 183개 도시에서 1억45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17개 언어로 공연됐고, 내년에는 중국어 공연이 시작되면서 18개 언어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 폐막 이후에도 10년 넘게 브로드웨이를 지키는 '롱런' 뮤지컬은 총 4개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시카고'는 오페라의 유령 이후 최장 '롱런' 뮤지컬이 된다. 뉴욕타임스는 "시카고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무대장치 및 운영 인력이 적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평가했다. 9월11일 현재까지 총 1만114회 공연이 진행됐고, 7억1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99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막을 올린 디즈니의 '라이언 킹'은 올 가을 25주년을 맞는다. 9월11일까지 총 9740회 공연이 진행됐고, 1640만명의 관람객과 18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2003년 개봉된 '위키드'와 2011년 막을 올린 '더 북 오브 몰론'도 10년 넘게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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