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료, 돈 대신 '지분' 선택...미래 성장 노린다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9.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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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료, 돈 대신 '지분' 선택...미래 성장 노린다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모델이 다양해진다.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거액을 받고 물질을 이전하는 것을 성공사례로 여겼던 이전과 달리, 바이오 벤처에 물질을 이전하고 해당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회사들이 나온다.

기술수출의 의미가 현금 확보에서 추후 회사의 글로벌 임상, 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기회로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각 사의 핵심 역량에 따라 향후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모델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지난 14일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기술수출 및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2형 당뇨 및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물질 'DA-1241'과 비만 및 NASH 치료물질 'DA-1726'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 개발권 및 전 세계 독점 판매권을 뉴로보에 넘긴다.



동아에스티는 계약금 2200만달러(약 306억원)를 뉴보로 전환우선주로 받는다. 추가적으로 1500만달러(약 207억원)를 투자해 뉴로보의 최대주주(지분율 50.8%)가 돼 경영권을 가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동아에스티가 전략적인 기술수출을 맺었다고 풀이한다. 당장 뉴로보에 투자해 해당 물질의 임상을 진행토록 하면서 추후 상황에 따라 이 회사를 인수합병(M&A)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현지 법인 없이 뉴로보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이번에 기술수출한 물질을 통해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인하고 후속 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적인 계약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뉴로보의 글로벌 임상 경험을 보고 추후 M&A를 할 수 있고 장기적 파트너로 서로 파이프라인을 계속 공급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술수출 계약 체결은 곧 거액의 현금 확보를 의미했다.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물질 3종을 5조원이 넘는 금액에 수출하면서다. 이후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을 '잭팟'으로 여겨왔고, 국내 업체들은 회사 규모와 관계 없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을 실적으로 내세웠다.

최근 기술수출의 의미는 달라지는 분위기다.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에는 한미약품도 있다.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포지오티닙' 등을 기술수출한 스펙트럼의 지분을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스펙트럼 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상하이 소재 투자사 '6디멘션 캐피탈'과 합작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6개 중추신경계(CNS) 신약 및 후보물질의 판권을 기술수출했다. 대가로 이그니스 주식 1억5000만주를 받아 지분 46.7%를 갖게 됐다. 이외에 계약금 2000만달러(약 239억원)을 받고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1500만달러(약 180억원)을 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기술수출은 물질 이전, M&A, 장기적인 파트너십 등 회사 전략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기술수출을 물질 이전으로 여겼던 국내 업계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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