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닷컴버블 때보다 더 해"…美기술주 IPO 기록적 가뭄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2.09.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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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기술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금세기 최장기간 말라붙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성장성과 수익성까지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건스탠리 자료를 인용해 오는 21일이면 미국 증시에서 5000만달러(약 693억원) 이상 규모의 기술 IPO(기업공개)가 멈춘 지 238일이 된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금세기 최장기간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당시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미국 증시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데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주식 가치평가에 타격을 준다. 성장성을 내세워 미래 가치를 높게 반영하는 기술주는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8% 하락해 낙폭이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19%)를 웃돈다. 신생 상장사들의 성적은 더 심각하다. 최근 2년 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르네상스 IPO 지수는 올해에만 46% 추락했다.



르네상스 IPO 상장지수펀드(ETF) 1년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르네상스 IPO 상장지수펀드(ETF) 1년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SVB증권의 맷 월시 기술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현재 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강하다"며 "불확실성은 IPO 시장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IPO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시장 전망이 안정화하고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AIG에서 분사한 뒤 지난 16일 17억달러 규모로 뉴욕 증시에 상장해 'IPO 대어'로 꼽혔던 코어브릿지는 일반적인 기술기업에 비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음에도 거래 첫날 0.05% 약보합에 그치면서 여전히 높은 시장의 경계심을 보여줬다.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워낙 높다 보니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과 시장가치 등 다른 요인들에 대한 검토도 훨씬 까다로워지고 있다. 로펌 데이비스포크의 니콜 브쿡셔 파트너는 "지난해에는 IPO 검토 기업들 사이에서 수익성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의 초점이 성장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겨갔다. 기업들이 이를 증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만 해도 기술 스타트업은 연 매출 1억달러, 시장 가치 10억~20억달러 정도면 상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제 최소 연 매출 3억~5억달러, 시장 가치가 40억~50억달러 수준이 돼야 경계심이 높아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술 기업들이 증시 침체 전에 사모펀드를 통해 이미 상당한 자본을 투자받았기 때문에 시급하게 상장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월시 대표는 "여전히 올해 소수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하겠지만 대다수 기업은 이미 IPO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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