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시장의 우울한 미래..."가격경쟁력이 관건"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지영호 기자 2022.09.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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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국산우유 생존의 시간 3년

편집자주 정부와 낙농가가 원유가격 인상 논의에 들어갔다. 소비자가격이 더 오르고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우유시장은 축소되는데 가격 경쟁력은 더 없어지는 셈이다. 3년3개월여 뒤인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무관세로 수입산 우유가 들어오면 국산우유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진다.

/그래픽=윤선정 인턴 그래픽기자/그래픽=윤선정 인턴 그래픽기자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다. 이 사이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저출산이다. 2000년생이 60만명인데 2001년생이 50만명, 2002년생이 40만명대다. 2017년생은 30만명대고, 2019년생은 20만명대다. 우유의 주 소비층인 영유아 인구가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총인구도 줄었다. 콩이나 귀리 등으로 만든 대체재로 수요가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쪼그라든 시장을 그나마 수입산 멸균유가 일부 잠식했다. 국내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45.7%로 낮아졌다. 2026년부터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과 EU로부터 들어오는 유제품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국내 우유산업 생태계의 우울한 미래다.



난항을 거듭한 끝에 정부가 추진해온 우유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지난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이는 마시는 흰 우유(음용유)와 치즈·버터 생산에 필요한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정하기로 한 제도다. 국내 우유산업 생태계는 쿼터(할당)제와 생산비연동제, 정부의 보조금(차액보조) 등으로 유지된다.

2002년부터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 배정된 쿼터(할당량)를 의무적으로 사 주고 있는데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니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일정한 양을 비싸게 사 들였다. 남은 우유는 가공유로 썼다. 그런데 국산 원유가격은 리터(ℓ) 당 1100원으로, 400~500원 수준인 호주, 뉴질랜드산 원유와 비교해 2.5배 비싸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가공유 가격이라도 낮춰서 수입산과 경쟁을 하도록 하자고 판단한 것이다. 즉 생산비를 반영해 우유가격을 결정하던 생산비연동제를 보완한 것이다.



우유시장의 우울한 미래..."가격경쟁력이 관건"
이같은 제도개편은 국내 우유산업의 생태계 유지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지만 국산 우유가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이번 제도 개편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음용유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생산자·유업체가 동수로 참여하는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올해 원유가격 협상을 벌이는데, 우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300~500원이 더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우유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낙농육우협회가 공개한 우유 소비행태조사 결과 2018~2020년 3년 동안 개인들이 우유소비를 줄인 이유는 '가격'이 첫번째 요인이었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은 최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우유를 먹겠다는 소비자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국산우유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 모두 에게 도움이 된다. 생산효율과 품질개선 등을 단시간에 끌어 올릴 수 없다면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쿼터 조정이 요구된다는 게 유가공업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낙농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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