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오 행정명령, 시장평가는? "K바이오 영향 제한적이지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박미리 기자 2022.09.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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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케어의 근간인 '전 국민 건강보험' 강화 방안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케어의 근간인 '전 국민 건강보험' 강화 방안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아메리카 퍼스트'를 천명했다. 정부 주도로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바이오 산업을 키우겠단 방침이다. 헬스케어, 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바이오 제조 기반을 구축하겠단 전략이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어 14일 백악관에서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국내 바이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오는 우리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꼽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다수 바이오 벤처뿐 아니라 삼성, SK, 롯데 등 대기업도 투자를 확대하며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특히 미국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강화와 기반 시설 구축을 강조한 만큼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미국의 바이오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시장에선 당장 국내 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미국 정부가 발표한 투자 금액 20억달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단 평가 때문이다.



또 바이오의약품 제조설비는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규제 시설이라 단기간에 양질의 생산능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그동안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헬스케어 기업이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의약품 자체 생산보다 아웃소싱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업계의 분위기가 바뀐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CMO나 CDMO뿐 아니라 신약개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 K-바이오 모두가 글로벌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내 바이오에 단기 영향 제한적" 평가 우세
16일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에 대해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 판단하면 국내 바이오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바이오의약품은 안정적 수급이 중요하고 제조소를 변경하려면 인허가가 필요한데다 공개된 지원 금액으론 제조소 운영 비용에 따른 원가 상승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 투자금액 20억달러의 구체적 지원 내용은 △바이오 생산기반 구축(10억달러) △생산시설의 사이버공격 보호(2억달러) △연료나 불에 잘 타지 않는 합성물 등 군에 필요한 바이오 소재 고도화 지원(2억7000만달러) △생명공학 분야 혁신 연구 발전(1억7800만달러) △바이오매스 연구개발 및 상업화(1억6000만달러) △지속가능한 비료 생산 지원(2억5000만달러) △필수 의약품 생산과 전염병 대응을 위한 핵심 원료 생산(4000만달러)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건설하고 있는 제4공장 투자금액이 2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의 투자 지원 계획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 "예상보다 바이오의약품 제조 투자 규모가 적다"며 "바이오 제조 관련 투자 계획을 보면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구축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약품 상업화에 필요한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이 아니라 전임상-초기 임상 단계 제조 기술 및 기반 구축에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판단한다"며 "상업화용 (의약품) 생산 비중이 큰 국내 CMO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바이오 행정명령, 시장평가는? "K바이오 영향 제한적이지만…"
국내 업계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CMO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없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중국 CMO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현지 생산설비 구축 때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줄지 등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며 "우선은 당장 현재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임윤진 연구원 역시 미국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의 초점은 중국 CMO·CDMO에 맞춰져 있다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투자는 미국의 리더십 및 경쟁력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중국에 대한 우려와 견제를 표명했다"며 "중국의 CMO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22년 상반기 미국 수출 비중이 54.1%로 2년간 약 10% 상승했고, 전체 매출액의 54.4%가 전임상-임상2상 단계의 CDMO 사업으로 상업용 의약품 생산 비중이 큰 국내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전략 재검토해야"
다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CMO·CDMO 기업의 경우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보호 기조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 업계는 실제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든지, 더 나아가 신약 개발이나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강해질수록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미국 외 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셀트리온 (177,400원 ▼2,100 -1.17%)은 미국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과 관련해 "행정명령 상세안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셀트리온그룹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내 직접 생산시설 확보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에만 생산시설을 둔 국내 대표 C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780,000원 ▼10,000 -1.27%) 역시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박재경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추가적으로 발표할 내용에 따라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가 경제적으로 유리해진다면 (국내 CMO 기업의 경우) 앞으로 증설 계획 변동으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중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생산을 포함한 멀티플 소싱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약 R&D(연구개발) 기업은 개발 계획 수립과 CDMO 선정 단계부터 미국 진출 전략을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과 관련해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바이오 기술 전반에서 미국과 중국의 투자가 크게 확대되면 이는 곧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투자 확대 촉진으로 이어져 바이오 경제에 대한 각국의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바이오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 확대와 혁신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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