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897억 세금폭탄' 불복한 효성 조석래, 대법서 추가승소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2.09.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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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항소심 '514억 취소' → 대법원 "부당무신고가산세 심리미진"

=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조세포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등 항소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3.23/뉴스1  =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조세포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등 항소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3.23/뉴스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대법원에서 세금을 추가로 취소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15일 조 명예회장이 세무서 48곳을 상대로 낸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 지정·통지처분 등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897억원대 과세처분에 불복소송을 제기해 하급심에서 513억여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는데 대법원은 취소액이 더 커야 한다고 본 것이다.



조 명예회장은 전담 직원을 둬 효성 임직원 200여명 명의로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거나 양도하면서 세금을 누락한 사실이 2013년 세무조사로 들통났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하면 과세당국이 증여로 간주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명의신탁 증여의제'라고 한다.



조 명예회장에게 적용된 당시 법률에 따르면 증여세는 계좌 명의 대여자에게 납세 의무가 있었지만, 실소유주도 '연대납부의무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세무당국은 조 명예회장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

조 명예회장은 세무당국이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를 덧붙여 897억여원을 과세하자 불복해 2015년 3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당시엔 증여세 644억여원, 종합소득세 30억여원, 양도소득세 223억여원이 부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897억여원 중 856억여원이 정당하게 부과됐다고 판결했다. 인정된 세액은 증여세 640억여원, 종합소득세 25억여원, 양도소득세 191억여원으로 산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계좌의 경우 명의자들이 통장을 별도 관리하고 주식매각대금을 직접 사용하는 등 조 명예회장을 실소유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명예회장은 항소심에서 승소 범위를 넓혀 인정된 정당 세액을 383억여원으로 크게 낮췄다. 당초 부과된 세금 중 총 514억여원이 취소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액을 유지했지만 증여세액을 크게 낮춰잡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당수 계좌에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7년 3월 차명계좌로 주식이 반복적으로 거래될 때마다 계좌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매기는 행위를 부적법한 중복과세로 판결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 사건이 이같은 경우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항소심에서 조 명예회장의 증여세는 총 167억여원이 됐다. 이때 증여세액에는 부당무신고가산세 32억원이 포함됐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의 '적극적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어 가산세 부과처분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중복과세 판단에 수긍하는 한편, 판결 중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를 인정한 부분은 파기했다. 법리상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부정행위를 했는지를 따져야 했지만 하급심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법은 '법률상 납세의무자가 명의 대여자이고, 실소유주는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명의 대여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증여세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에 대해) 계좌 명의 대여자(명의수탁자)를 기준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 명예회장 사건에 적용된 과거 상속세·증여세법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사건에 대해 실소유주가 아닌 명의 대여자에게 납세의무를 지워 비판을 받았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2019년 1월1일 이후부터 증여된 재산에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인정될 경우 실소유주에게 증여세가 과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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