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몰입은 그만큼 하나의 상황이나 대상에 열정적인 한국인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 작품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드라마에 과몰입해 정주행을 모두 하거나 연애세포가 증가해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최근 예능에 그러한 한국인의 ‘과몰입러’ 증상을 세련되게 잘 구현한 캐릭터 아니 배우가 있다. 바로, 박진주다.
박진주는 최근 MBC 간판 예능 ‘놀면 뭐하니?’가 고심 끝에 합류시킨 새 멤버가 됐다. 지난 3일부터 ‘놀면 뭐하니?’의 세계관에 합류한 그는 또 한 명의 새 멤버 배우 이이경과 함께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WSG워너비의 멤버는 12명으로 많았지만 ‘과몰입’을 콘셉트로 잡은 박진주의 존재감은 확고했다. 결국 4개월 간의 활동을 지나고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박진주는 그 안에 있던 엄지윤 등 심지어 개그우먼 등도 제치고 ‘놀면 뭐하니?’의 새 멤버가 됐다. 그는 다시 오자마자 첫 번째 상황극에서 전학온 초등학생에 몰입하고, 두 번째 웃음노예 에피소드에서는 요즘 잘나가는 걸그룹 뉴진스에 몰입하면서 매주 어떤 상황에 몰입할지 관심이 가는 캐릭터가 됐다.
‘과몰입’을 콘셉트로 잡은 박진주의 모습은 그의 실제 배우로서 여정과도 닮아있다. 1988년생으로 광주에서 나고 자란 박진주는 서울예대에 재학하던 2011년 강형철 감독의 영화 ‘써니’ 황진희(홍진희)의 아역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극 중 ‘욕쟁이’ 역이었던 그는 이후 영화채널에서 재방송을 볼라치면 ‘삐’음과 묵음으로 대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현란한 욕 솜씨를 보이며 대중의 뇌리에 남았다.
물론 그의 시작도 대단했지만 박진주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아주 우연하게도 2016년 방송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오진주 역이었다. ‘써니’의 활약으로 유망주로 부상했지만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맡는 역할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작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질투의 화신’ 오진주 역이 화제가 된 계기가 있었다.

올해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 2’를 비롯해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위기의 X’에 출연 중이다.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에서는 시한부 환자로 등장해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 하나의 꿈인 뮤지컬 배우를 이루는 감동적인 상황에 몰입했고, ‘위기의 X’에서는 돈을 빨리 벌고 회사라는 조직사회를 털고 나서려는 ‘영혼 없는’ 김대리 역을 연기한다.
비슷한 시기 ‘놀면 뭐하니?’ 출연과 더불어 곧 개봉할 영화 ‘정직한 후보 2’에서도 코믹연기를 선보일 거란다. 코믹이든 신파든, 어느 배역에도 탁월한 몰입력을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과몰입을 부르는 그의 능력은 지금 과몰입시대를 맞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엔터테인먼트의 경지를 보여준다.
과몰입은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참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오히려 대중들의 앞에서 과몰입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진주의 모습 때문에 우리는 거울을 보듯 어느 순간 과몰입 상태의 긴장과 시름을 잊게 되곤 한다. 그가 피곤하고, 몰입할수록 대중들은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는 역설이다. 박진주의 과몰입은, 과몰입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쉼터가 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