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도 '미국 우선'…K바이오 타격? "판단 이르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9.15 15:28
글자크기

약 20억달러 투자 예고…'생산기반 구축' 절반
"국내 CDMO 부정적 영향"…셀트 "영향 미미"
"바이오, '기술패권' 중요"…다방면 확산 우려도

바이오도 '미국 우선'…K바이오 타격? "판단 이르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20억달러(2조8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 바이오 생산시설 구축에 가장 많은 지원을 책정하면서 국내 CMO(위탁생산)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CMO를 넘어 신약 개발, 의료기기 등 바이오 전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선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회의가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헬스케어를 넘어 농업, 에너지 등 바이오산업 전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즉 바이오 분야도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은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세부내역은 이렇다. 국방부에선 바이오 생산기반 구축에 10억달러, 생산시설의 사이버공격 보호에 2억달러, 연료나 불에 잘 타지 않는 합성물 등 군에 필요한 바이오 소재 고도화 지원에 2억7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에너지부는 생명공학 분야 혁신 연구 발전에 1억7800만달러와 바이오매스 연구개발 및 상업화에 1억6000만달러를, 농무부는 지속가능한 비료 생산 지원에 2억5000만달러, 보건부는 필수 의약품 생산과 전염병 대응을 위한 핵심 원료 생산에 40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관심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국가의, 어떤 기업이 대상이 될지 등 세부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판단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려는 조치인 점을 감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CMO 사업에 뛰어든 국내 회사들에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에 혜택을 주게 될 경우 중국 뿐 아니라 국내 위탁생산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물론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셀트리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항체 치료제 위주의 제품을 판매하고 CMO 사업 비중이 매우 작다"며 "행정명령 상세안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향후 그룹에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내 직접 생산시설 확보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 설립은 국내에만 생산시설을 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계획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는 복수의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CDMO를 이용한다"며 "상당한 물량을 필요로 하는 상업용 의약품을 위탁하므로 미국 내 생산만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장 확보, 생산 승인까지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로 현재 국내 위탁 중인 물량에 대한 변동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CDMO 업체로선 중장기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멀티플 로케이션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CMO를 넘어 국내 바이오산업에 위협을 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당장은 CMO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바이오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바이오 시장을 미국이 끌고 가겠단 의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을 통해 미국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며 "산업계 목소리가 반영된 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바이오 컨설팅 회사 대표는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판단은 이르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미국이 만든 제품만 쓰겠다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았던 자동차와 달리 바이오는 일자리 창출보다 국가 경쟁력, 기술패권 강화가 주된 목적이다. 또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등 각 단계를 끊어서 접근할 수 없는 체인구조"라며 "CMO를 넘어 의료기기, PCR(유전자증폭), 신약 개발 등 다른 영역까지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분을 감안해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