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암살자' 부정맥, 심장 패치로 걱정 '끝'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9.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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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반도체 기반 '전자패치' 개발
동물 대상 전임상시험 결과..."진단·치료 동시 효능"
심장에 전자패치 붙이기 위해 '홍합 접착능력' 모방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반도체 기반의 압력센서를 장착한 신개념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부정맥 진단·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반도체 기반의 압력센서를 장착한 신개념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부정맥 진단·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부정맥을 실시간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신개념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심혈관 질환이다. 개발된 전자패치는 동물 대상 전(前)임상시험이 끝난 만큼 향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장웅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 같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삭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연구팀이 참여해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돌연사의 주범' 부정맥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부정맥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부정맥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
우리 몸에서 혈액 박출(搏出) 활동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이뤄진다. 심장의 수축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고, 심장근육(심근) 세포에 전기 자극이 전달돼야 한다. 심장에는 이러한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자극 생성 조직과 이를 심근세포에 전달하는 조직이 있다.

심장의 자극 생성 조직에서 규칙적으로 1분에 60~100회의 전기 자극을 만들고 이 자극이 심근세포에 정상적으로 전달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신체 각 조직으로 혈액이 공급된다. 그러나 이때 심장에서 전기신호의 생성이나 전달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발생한다.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범'으로 불릴 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현재 대학병원에선 심장질환 환자에게 몸속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해 부정맥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의 이식형 전자장치는 크기가 커 이식할 때 가슴 부위를 절개하는 부담이 있다. 또 정맥을 통해 전극을 심장에 넣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감염이나 정맥 천공, 허혈성 염증 등 합병증 위험이 있다. 시술받은 환자는 외부 전기 자극에 민감할 수 있어 외부 활동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자패치 '착' 붙이면 진단·치료…"동물실험 효능 확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패치의 전임상시험 그래프. /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패치의 전임상시험 그래프. /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직접 감지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의 압력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심장 표면에 부착될 정도의 얇은 패치 형태로, 고해상도의 압력센서가 있어 심장 표면의 압력 분포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또 부정맥을 감지하면 심장에 효과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하기 위해 표면적이 넓은 나노구조의 전극이 결합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부정맥을 유발한 실험 토끼의 심장 표면에 전자패치를 부착해 측정한 압력 분포 데이터로 부정맥 발현으로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불규칙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시에 심장에 자동으로 미세 전기 자극을 가해 심장 박동이 정상화되는 임상 효과를 증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전자패치를 심장 표면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홍합의 접착 능력을 모방해 생체 접합성이 우수한 하이드로젤 접착제를 개발했다. 접착제가 코팅된 전자패치를 실험 토끼의 심장 표면에 부착하고 10주가 지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장웅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개발된 심장 부착형 전자패치 기술은 기존 이식형 제세동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심장 질환 진단과 치료 전자장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쳐 상용화에 성공해 실제 부정맥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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